음성~ 낭송~영상시

가을 상념 / 비아 정영옥 (낭송 세워리)

갓바위 2014. 3. 13. 10:01
 

가을 상념 / 비아 정영옥 (낭송 세워리)
굽이 굽이 백봉령을 돌고 돌아
내려 오는 길
찬란한 가을 햇살 아래
산 등성이 마다 언덕배기 마다
둥글 둥글 꽃길이 열려 있었다
분명 꽃이었다
그것도 온통 꽃밭이었다
울긋 불긋 초록을 다한  마지막 잎새들의 몸부림이
불꽃처럼 찬연히 피어 올라
내 상념에다 덫을 놓았다 
울 수가 없어서 차라리 웃고 말리라
가엾이 진다고 네가 우는 걸 볼 수 없어서
차라리 꽃이 되어 보리라
얼마나 아름다운 이별 잔치인가
그 청청한 세월을  기쁘게 잊고
한잎 두잎  꽃으로 승화되어
저리 활짝 웃고 있으니
아아 내 생이 다해 갈 때 
저 잎새들의 향연처럼
내 영혼을 살라 꽃을 피워 낸다면
불쑥 찾아온 죽음 앞에도 웃으며 가리라
단풍꽃 지고 설화 곱게 핀 그 어느 날
꽃이 된 기억 속 너의 모습 그리며
내 총총 이 곳을 눈물 지으며 다시 찾으리라
2008. 10.21 作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