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나무 속에 피는 꽃 / 유리바다 이종인 (낭송 /김혜영)
당신의 철삿줄 같은 사랑에 온몸을
묶이고 싶었습니다
살아온 세월동안 내 작은 꽃밭에는
언제나 가시나무가 자라고 하늘을 가리고
더이상 키가 자라지 못해 꽃송이만 굵어졌지만
한날한시에 태어난 목숨 같은 사랑
그런 당신을 바라고
당신만을 그리워했습니다
기억할 수 없는 비밀의 땅 저 너머에
하루종일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당신의 노래는 지지 않는 해처럼 영원한 사랑이므로
나는 사계절 내내 당신의 음성을 듣고 있었습니다
밤에만 피어나는 달맞이꽃이 되기 싫어서
어쩌다 그 많은 꽃씨를 뿌려도 보았지만
땅을 뚫고 나오는 것은 한 송이 꽃이 전부였습니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에 사랑이 성장되지 못하고
길가에도 꽃씨를 뿌려야 했던 나의 욕심이
한순간 당신과 나를 멀어지게 했습니다
머리만 굵어진 꽃은 하늘에 고정된 사랑을
쳐다볼 수 없어 자꾸 무거워져 고개만 숙여집니다
가시나무의 키는 멈출 줄 모르고 하늘을 찔렀지만
나약한 나의 믿음도 당신의 넉넉한 사랑이면
희망이 되겠기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가
당신의 철삿줄 같은 사랑에
그저 온몸을 묶이고만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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