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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은 아련한데 / 詩 박현웅 낭송 고은하

갓바위 2014. 7. 29. 09:18
   
첫 만남은 아련한데 / 詩  박현웅   낭송 고은하

흰 머리가 첫 눈처럼 서리는 삶의 한 모퉁이를 돌아설 때
손톱에 남아있는 봉숭아 꽃물같은 당신을 만났습니다.
마주하고 대화를 할 때는 첫화장을 하는 여인네의 볼처럼 
붉게 설레어 말문이 막혀 당황하기도 했지요.
그럴 때마다 배시시 웃으며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던 
모습이 멀리 떠나 온 지금 초승달처럼 가슴에 걸려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희미해지는 얼굴인데 그 시원턴 야외 
카페의 탁자와 의자가 자꾸 덧칠하는 수채화로 그려지는건 
짧은 만남에 미련을 많이도 남겨둔 까닭입니다
되돌아 올 때의 내 심장은 
고삐풀린 망아지의 뜀박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당신의 마음을 아직 모를 지언정 마음에 꼭드는 
화분 하나를 운명이라 가슴에 안고 
잘 키워야 겠다는 다짐을 하듯 
새로운 사랑이 물고를 트고 있음을 느낀게지요.
지금 나는 당신을 향하는 징검다리의 첫 돌위에 서 있습니다.
제가 선 돌 위에서 당신이 서있는 저편 까지의 거리가 
아쉬움 뿐이지만 남은 하나 하나의 돌이 
보폭을 넓혀 건너면 안 된다는 걸 알기에
당신이 거기에 서 있기만 한다면 그져 바라보는 것 만으로
나 이 자리가 행복하다고 크게 소리질러 알리고 싶습니다.
첫 만남은 꿈처럼 아련해 지는데 
계절이 깊을수록 짙어지는 꽃물같은 그리움,
피지도 못하고 지는 꽃은 서럽다 울지 않더이다.
꽃 다 피우고 지는 꽃잎은 추한 모습 뿐 이더이다.
흰 머리가 첫눈처럼 서리는 삶의 한 모퉁이를 돌아나와
피지도 않고 지지도 않는 꽃,
바람에 흔들려도 꺽이지 않는 
나 그런 꽃대를 당신의 가슴에 올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