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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고 싶습니다/바우 이 훈식 (낭송/고은하)

갓바위 2014. 8. 11. 10:46
   말하고 싶습니다/바우 이 훈식 (낭송/고은하)
 
고백하지 않아도
손금을 보듯 물속을 보듯
훤히 알고 계시는 당신 앞에
주저 없이 무릎 꿇는 날
상처 덧난 입술로 숨기지 않겠습니다
거꾸로 세워 놓고 전 생애를 털어도
슬픔이 타버린 허연 먼지 밖에
더 이상 나올 게 없는 얼룩진
가난한 영혼이었고
가슴으로 잔뜩 베어 물은 사랑에
굳이 변명이나 핑게는 하지 않겠습니다
눈물도 메마르고 나면 때로는
심장을 찌르는 가시가 될 수 있음에
명치 끝 아리는 시선으로
헐벗은 나를 들여다 보고자 했고
가슴뼈 조각 맞추는 소리로
함께 돌아가는 세상을 듣고자 했습니다
나중에 당신 앞에서
가리움을 당해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둠 가운데 빠져도
이미 사랑했음으로 수없이 넘나들던
문턱이었고
뼈가 녹아나는 뜨거움에 몸부림쳐도
이미 질곡의 신음
목까지 차는 울음이었습니다
하루가 천년이고
천년이 하루같은 당신이여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떼어 놓는 어눌한 걸음마다 다른 사람들처럼
나 또한 목 마르고 배 고팠습니다
당신의 지고한 뜻이 어디 있는지?
무얼 원하시는 지?
묻고자 함이 아닙니다
다만 언제든 당신에게
여기까지가 질긴 내 목숨이었다고
거짓없이 말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