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 낭송~영상시
말하고 싶습니다/바우 이 훈식 (낭송/고은하) 고백하지 않아도 손금을 보듯 물속을 보듯 훤히 알고 계시는 당신 앞에 주저 없이 무릎 꿇는 날 상처 덧난 입술로 숨기지 않겠습니다 거꾸로 세워 놓고 전 생애를 털어도 슬픔이 타버린 허연 먼지 밖에 더 이상 나올 게 없는 얼룩진 가난한 영혼이었고 가슴으로 잔뜩 베어 물은 사랑에 굳이 변명이나 핑게는 하지 않겠습니다 눈물도 메마르고 나면 때로는 심장을 찌르는 가시가 될 수 있음에 명치 끝 아리는 시선으로 헐벗은 나를 들여다 보고자 했고 가슴뼈 조각 맞추는 소리로 함께 돌아가는 세상을 듣고자 했습니다 나중에 당신 앞에서 가리움을 당해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둠 가운데 빠져도 이미 사랑했음으로 수없이 넘나들던 문턱이었고 뼈가 녹아나는 뜨거움에 몸부림쳐도 이미 질곡의 신음 목까지 차는 울음이었습니다 하루가 천년이고 천년이 하루같은 당신이여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떼어 놓는 어눌한 걸음마다 다른 사람들처럼 나 또한 목 마르고 배 고팠습니다 당신의 지고한 뜻이 어디 있는지? 무얼 원하시는 지? 묻고자 함이 아닙니다 다만 언제든 당신에게 여기까지가 질긴 내 목숨이었다고 거짓없이 말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