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밭 ~ 행복한가

아름다운 시절

갓바위 2019. 7. 31. 07:46
아름다운 시절

나의 어머니가 온전히
 나의 안위를 보살피고 
나의 아버지가 
오롯이 건강한 남자였고 
나의 오라비가 어려운 
영특한 머슴애였고 
여동생의 키가 
아직 나보다 작던 시절
오래된 앵두나무가 검붉은 
열매를 높이 달고 어린 나를 
위해서 햇살을 반짝 퉁기며 
유혹하거나 맑은 냇물 속 납작 
돌멩이들이 살 오른 가재들을 
어김없이 숨겨두었던 시절
이웃 아주머니가 환하게 웃으며 
색색으로 물든 은행을 두 손 
가득 쥐어주고 싸리나무 울타리 집 
툇마루에서 걷지 못하는 언니가 
색동옷 지어 입힌 
토끼를 아기처럼 안고 
나를 비스듬히 건너다보던 시절, 
이런 시간이 나에게 있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시절이 나를 살게 한다
- 황선미 산문집 ‘
익숙한 길의 왼쪽’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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