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밭 ~ 행복한가

언니의 그늘

갓바위 2019. 9. 25. 07:41
언니의 그늘

두 살 터울의 언니는 
보수적이고 완벽주의자이다
공부도 인성도 부모님이 
원하는 딸로, 선생님이 
기대하는 학생으로 자랐다
한편 나는 공부보다는 친구
들과 어울려 놀기를 좋아했다
학교에서 학년이 바뀔 때마다 
담임 선생님은 
언니의 이름을 거론하며
그만큼의 기대를 걸었다
특히 닮아도 너무 닮은 
외모 탓에 밖에 나서면 
자매라는 것을 다 알아봤다
그게 어린 나에게는 
얼마나 부담스러웠는지...
그 때부터 언니와 함께 
다니지도 않았고, 학교
에서도 모른 척 지나쳤다
단정치 못한 머리,
줄여 입은 교복... 
나는 일부러 언니와 
반대되는행동을 
함으로써 나의 
존재감을 드러내곤 했다
고등학교 때부터는 입시로 
언니와 다른 학교에 다니게 
되었을 때 언니의 그늘에서 
벗어난다는 것만으로도 
쾌재를 불렀다
나는 대학 4년 동안 새벽 
5시 40분에 첫차를 타고,
전철, 스쿨버스를 갈아타며 
족히 2시간 반 정도의 
통학을 했지만 지각은커녕
결석 한 번 하지 않고 
4년 내내 성적장학금을 
받아 부모님을 놀라게 했다
지금 돌아보면 언니의 
그늘 안에서 언니로부터 
삶의 기본에 대해 배워
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답답하게 여겼던 언니의 
올곧음이 내 삶의 기준점이 
되었다는 것을
이제는 내가 언니에게 
그늘이 되어주어야 
한다는 것도
- 행복한가 가족 / 정희아 -
<가족소재공모전 
닮은 꼴을 찾아라 우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