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담 야설 이야기

고전=계란 위에 계란 세우기

갓바위 2020. 5. 17. 09:00

 계란 위에 계란 세우기
고전

옛날 옛날 어느 고을에
매우 명성이 높은
재상(宰相)이 있었는데,

왕의 잘못을 강력히 주장하다가
심기를 거슬러 외딴 섬으로
귀양을 가게 되었다.

그리하여 재상이 떠나는 날
부인이 따라나오며 소매를
붙잡고 울부짖는 것이었다.

"여보 영감! 지금 이렇게 가시면
언제쯤이나 풀려나
돌아올 수 있겠는지요?

얼마나 기다려야 합니까?"
"부인! 울지 말구려.

내가 돌아올 날은
기다리지 않는 것이 좋을거요.

계란 위에 계란이 세워지면
돌아올 수 있을라나?"

"영감! 계란 위에 계란을
어떻게 세워요?'

부인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었고 재상은 말을 타고
유배지로 떠났다.

그 뒤로 부인은 날마다 상 위에
계란 두 개를 올려놓고
공손히 절을 하면서,

"제발 계란 위에
계란이 올라서게 해주소서."

하고 빈 다음, 그 앞에 꿇어앉아
조심스럽게 계란을
세워보는 것이었다.

그러나 계란은 번번이
옆으로 미끄러져 떨어졌다.

부인은 이렇게 하루도 쉬지 않고
밤낮으로 해보았지만,

한 번도 계란은 세워지지 않았다.
그렇게 일 년 이 년이 지나니,

부인은 외딴 곳에서 고생하고
있을 남편이 너무 걱정되어

가슴이 아파 울면서
애걸하듯 매달렸지만
계란은 무정하기만 했다.

이 때 왕이 밤에 종종
미복을 하고 거리를 돌며

불켜진 창문 아래에서
여론을 청취하고는 했는데,

마침 재상 부인이 계란 위에
계란을 세우려 애쓰면서
통곡하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그런데 그 모습이 너무나 애처럽고
통곡소리 또한 너무 슬프게 들렸다.

이튿날 아침이 되자,
왕은 내시를 시켜 그 부인의

집을 찾아가 무슨 곡절이 있는지
자세하게 알아보라고 했다.

이에 돌아온 내시는 부인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그대로 아뢰었다.

"남편인 재상이 귀양을 떠나면서
계란 위에 계란이 세워지면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하여,

그의 부인이 몇 년 동안 저렇게
애쓰는 것이라 하였사옵니다."

"계란 위에 계란이라....
그 부인의 정성이 가상스럽구나."

왕은 부인의 정성에 감탄하여,
그 남편인 재상을
귀양에서 풀어 주었다.

이에 서울로 돌아온 재상은
먼저 왕 앞에 엎드려

성은(聖恩)에 감사를 드리는
인사를 올렸다.

"전하! 신(臣)의 죄를 사하여
주시니 성은이 망극하옵나이다."

"음, 그런데 경이 이렇게 풀려
나게 된 연유를 알고 있는가?"

"전하!
신 그저 성은에 감사드리옵고
망극할 따름이옵나이다.'

"아니라네, 그건 계란 위에다
계란을 세웠기 때문이라네."

그러나 재상은 왕이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지 못하고,
그저 '성은이 망극하옵나이다.'

라는 말만 연속으로 아뢰면서
눈물만 줄줄 흘리더라 하였다.

복 받는날 되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