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존께서 라자가하성의 영취산에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설법하고 계셨을 때의 일이다.
불량성을 띤 친구와의 교제나 혹은 나쁜 지혜와 사견(邪見)을 가진
선배에게 가르침을 청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왜냐하면 그 친분과 가르침 때문에 깊은 구덩이에 빠져들어 가기 때문이다.
석존께서는 어느 날 약상보살(藥上普薩)에게 이러한 나쁜 지식에 접근하는
위험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한 가지 우화로서 설법을 하시었다.
생활이 과히 넉넉하지 못한 부모와 외아들 세 식구가 살고 있었다.
양친은 불교를 믿지 않고 외도의 사교를 깊이 믿고 있었다.
그런데 외아들이 병이 나서 자리에 눕게 되어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게 되었다.
그 때, 부모는 병석에 있는 아들을 보고,
『인간에게는 병이라는 피할 수 없는 고통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병에는 반드시 죽음의 고통이 따르게 마련이다.
죽음이라는 것은 너와 같이 눈으로 무엇을 볼 수 없고, 귀로는 소리를 들을 수 없고,
손과 발은 차져서 아무런 활동을 하지 못하고 마치 몸이 목석같이 감각이 없어지는 것이다.
너도 머지않아 그러한 죽음의 괴로움을 당하여 고뇌를 맛볼 것이다.』하고
죽음의 공포에 대하여 이야기해 주었다. 지금까지 한번도 죽음의 상태에
대하여 생각한 적이 없는 아들은 부모의 이야기를 듣고 무척 놀라며,
『그런 말씀으로 저를 놀라게 하지 말아 주세요.
저는 지금 열도 없고 이렇다 하게 어디가 괴로운데도 없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무서운 사마(死魔)가 곧 나에게 닥쳐와서
고통을 줄 것을 생각하니 무서워서 못 견디겠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죽음의 고통에서 벗어나려면 대체 누구를 의지하면 좋겠습니까?
누가 저를 죽음의 악마로부터 구해 줄 수 있을까요?
제천들은 저를 구해 줄 힘이 없는 것인가요?』하고
사고(死苦)에서 피할 수 있는 방법을 부모에게 물어 보았다.
『그러면 천신에게 제사 드리는 수 밖에 없다. 반드시 효험이 있을 테니까.』
『그러시다면 곧 가서 천신을 받들어 모시고 안락을 얻도록 합시다.』
아들은 양친의 가르침을 따라 즉시 마을 사당으로 가서
사당지기에게 제사 드리는 방법과 절차를 물었다.
양친도 곧 뒤따라 와서 향을 피우면서 사당지기에게 신탁(神託)을 알아보아 주도록 청했다.
신관(神官)은 근엄한 태도로 목소리를 가다듬고 그들에게 말하였다.
『천신께서는 대단히 노여워하시고 계시다. 이 노여움을 풀기 위해서는
양과 사람을 죽여서 그것으로 제사를 드리는 방법 밖에 없다.
이렇게 제사를 지내면 아드님의 병은 곧 낫습니다.』
나쁜 지혜를 가진 신관의 말에 현혹된 부모는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그의 말을 덮어놓고 믿었다.
그러나 양친은 양을 죽여서 바치고 싶어도 양도 없으려니와 양을 살 돈도 없었다.
그렇다고 제사를 지내지 않으면 사랑하는 자식의 목숨이 위태롭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고 걱정이 되었지만 여하튼 천신의 노여움만 풀어 드리면
귀여운 자식의 목숨을 살려 주시겠지 하고 곧 집으로 돌아와서
많지도 않은 가재 도구를 모두 팔아서 겨우 한 마리의 양을 사들였다.
그리고 동네 사람에게는, 돈을 좀 꾸어 주십시오. 十일 이내에는 꼭 갚아 드리겠습니다.
만약 기일 내에 못 갚으면 당신의 하인이 되어서 빚 대신 일을 하겠습니다.
갑자기 필요가 있어서 그럽니다. 부탁입니다.』
하고 간청을 해서 가까스로 빚을 낸 양친은 거리로 가서 그 돈으로 사람을 하나 샀다.
물론 그것을 죽여서 천신에게 바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팔려 온 사람은
자기가 그런 참혹한 운명을 당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양과 사람을 구해 온 양친은 신관의 말대로 집으로 가지도 않고 곧장 사당으로 갔다.
『신관의 말씀대로 양과 사람을 데리고 왔습니다. 잘 부탁합니다.』하고
말을 마치자 그는 자기 손으로 양과 사람을 죽이고 불을 지피고 천신에게 제사를 지냈다.
그러니까 그 때 천신이 내려와서 그들에게 고하였다.
『그대들은 걱정하지 말라. 그대들의 아들을 구하여 주어서 안락을 얻게 해 줄 것이다.』
천신의 말을 들은 그들은 사랑하는 자식의 병이 낫고 안락을 얻는다는 기쁨에 매우 감격하여
『천신께서는 우리를 극진히 생각하시어 사랑하는 자식의 병을 고쳐 주시겠다고 하신다.』
하고 천신의 은덕에 감사하면서 집에서 병으로 누워 있는 자식에게
한시 바삐 천신의 말을 들려주어 안심시키려고 급히 집으로 돌아왔다.
방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귀여운 자식은 이미 죽어 있었다. 이것을 본 양친은
실망과 슬픔과 한탄에 빠져 마침내는 자식의 뒤를 따라 자살하고 말았다.
신관의 사견에 매혹되어 귀한 인명을 죽이고 생물을 죽여서 아들의 병을 고치려고 했던 것이
허사가 되었을 뿐더러 부모도 자식도 동시에 죽는다는 무서운 결과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리고 죽은 어머니는 대규환지옥(大叫喚地獄)으로, 아버지는 중합지옥(衆合地獄)으로,
아들은 화소열지옥(火燒熱地獄)으로, 신관은 아비지옥(阿鼻地獄)으로 각각 떨어졌다.
이와 반대로 돈에 팔려서 뜻하지 않은 죽음을 당했던 사람은 천상계에 태어날 수 있었다.
이와 같이 나쁜 지식에 접근하면 열반을 얻을 수가 없는 것이다.
(僧伽…經第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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