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담 야설 이야기

아이의 지혜

갓바위 2021. 4. 3. 08:54

 

네 사람의 친구가 돈을 모아 장삿길에 나섰다.

길을 가다가 주막에서 하룻밤 묵어 가게 되었다.

큰돈을 어디에 둘까 궁리하다가 주막의 주모에게 맡겨두기로 합의했다.

 

네 사람이 돈을 맡기며 하는 말이, "우리 네 사람 중 누구 한사람이라도

개인적으로 와서 돈을 달라고 하면 절대로 내어 줘선 안되네.

우리 네 사람이 함께 와서 달라고 하면 그때 내어놓게. 약속 할 수 있겠소?"

 

"그러믄요. 손님들이 시키는대로 할테니 염려마세요."

그리하여 네 사람은 안심하고 방에 들어가 쉬었다.

 

그런데 그 중 한 친구가 슬그머니 돈에 욕심이 생겼다. 네 사람 몫의 돈을

혼자 차지하여 그 돈으로 장사를 한다면 많은 돈을 벌 수 있겠다는 꾀가 들었다.

곰곰히 혼자 생각하다가 묘안이 떠올랐다.

 

"이보게, 누가 빗 가진 사람 있는가 머리가 가렵고 새로 좀 빗어야겠는데......,"

그 친구는 말꼬리를 흐리며 눈치를 살폈다.

빗을 가진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한 친구가 일러 주었다.

 

"주모에게 가보게, 거긴 분명히 있을걸세."

그 친구는 '옳다' 하고 뛰어나가 주모의 방문을 드드렸다.

목소리는 낮추고 주모에게 말했다.

 

"아까 맡긴 돈을 내게 주오."

"네 분이 함께 오시면 드리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그러자, 친구들에게 들리도록 크게 외쳤다.

 

"주모가 주지 않네." 친구들이 대답하였다.

"그까짓 걸 뭘 그러나, 주모, 내어주게."

 

주모는 그 말을 듣고 돈을 한 사람에게 다 내어 주고 말았다.

방안의 친구들이 아무리 기다려도 빗을 빌리러 간 친구는 돌아오지 않았다.

 

문득 수상한 생각이 들어 다급하게 뛰어가 주모에게 물어보니

그 친구는 벌써 돈을 받아 가지고 달아난 지 오랜 시간이 흘렀다.

모두가 놀라 주모를 다그치니 오히려 화를 내는 것이었다.

 

"아까 손님들이 내어 주라고 해서 준 것을 어찌 내게 와서 이러십니까?"

"무슨 소리요? 빗을 내어 주라고 했지 돈을 주라는 말은 한 적이 없소."

"빗이라니요? 그 손님은 돈을 달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옥신각신 싸움이 벌어지자 세 사람은 주모를 관가에 고발하였다.

관가에서는 주모가 약속을 어겼으니 돈을 물어주라는 판결이 나왔다.

 

주모가 울면서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돌아 오다가 한 어린 아이를 만났다.

아이가 물었다. "아주머니, 왜 우세요?" "너무 억울해서 그런다."

 

"억울한 일이 뭔데요?" "네게 말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니?"

"혹시 누가 알아요? 제가 도움이 될지."

 

아이가 자꾸 조르자. 주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자초지종을 털어 놓았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아이가 생긋 웃으며 말하였다.

"그건 간단한 문제군요."

 

"아니, 간단한 문제가 아니란다. 그 돈이 얼마나 큰 액수인지 네가 몰라서 그래."

아이는 주모의 말에 아랑곳 않고 이렇게 말했다.

 

"네 사람이 함께 오면 돈을 내주기로 약속했다면 관가에 가서 그렇게 말씀하세요.

그 네 사람이 함께 오면 돈을 주겠노라고."

 

"응?" 아이의 말을 듣고 주모는 귀가 번쩍 뜨였다.

"그렇구나! 그렇게 하면 되겠구나!"

 

주모는 날듯이 기뻐하며 관가로 달려갔다.

이렇게 해서 주모는 작은 아이의 지혜로 위기를 모면하게 되었다.

저거는 맨날 고기 묵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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