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삼척ㅣ吾鼻三尺
○ 내 코가 석 자
○ 吾(나 오) 鼻(코 비) 三(석 삼) 尺(자 척)
우리의 속담을 한역한 대표적인 책이 ‘旬五志(순오지)’라는 사실은 잘 알려졌다.
조선 중기의 학자 洪萬宗(홍만종)이 보름이 걸려 완성했다고 하는
문학평론집으로 부록에 우리의 속담 130여개가 실려 있어 귀중한 자료가 된다.
내 코가 석 자란 속담에 해당하는 것이 이 책에는 ‘나의 콧물이 석 자나
드리워졌다(吾鼻涕垂三尺/ 오비체수삼척)’로 되어 있다.
涕는 눈물 체. 코의 길이가 아니라 감기로 인해 흐르는 콧물이 길게
늘어져 그것부터 처리하기 바쁘니 남을 돌볼 여유가 없다고 봤다.
실제 코가 석 자도 넘어 코끼리 코가 된 이야기도 있다.
신라시대 설화인 旁㐌(방이, 旁은 곁 방, 㐌는 종족이름 이) 이야기는
興夫傳(흥부전)의 원안이라고도 하는데 여기에는 동생이 욕심이 많다.
형이 부자인 동생에게 곡식 종자를 구걸하러 갔다.
심술궂은 동생은 씨앗을 삶아서 줬다.
그것도 모르고 곡식을 심은 형은 딱 하나의 씨앗에서
싹이 트자 애지중지 길렀으나 새가 물어 달아났다.
새를 쫓아 산으로 들어간 형이 도깨비들의 금방망이를 얻어와 큰 부자가 됐다.
소문을 듣고 동생도 도깨비들을 찾아 갔다가 금방망이를 훔쳐간
도둑으로 몰려 코만 코끼리 코만큼 커진 채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