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멸을 멸하고 적멸을 낙으로 삼는다
악귀가 이렇게 말하자,
수행자는 자기가 입고 있던 털옷을 버벗어서 풀위에 깔고 거기에 악귀를 앉힌 뒤,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손을 가슴 앞에서 합친 자세로 악귀의 말을 기다렸다.
"마지막 구절은 이렇다.
생멸을 멸하고 적멸寂滅을 낙樂으로 삼는다.
자, 내가 말했으니 너는 약속한 대로 내 먹이가 되어야 한다."
현실 세계는 영원한 것이 아니라 항상 변전하고 있다.
그런 불안정한 현실 생활에 구애받지 않고, 우리 인생이 생멸하고 변화하는 것이라
는 진실을 잘 인식하고 있으면 고요하고 변함이 없는 참다운 경지를 얻게 된다.
그럼에도 일시적인 현상들에 현혹되어 마치 그런 것들이 결코 변하지
않는 것처럼 생각하기 때문에 괴로워하고 서글퍼하는 것이다.
수행자는 이처럼 귀중한 성구를 자기가 죽은 다음에도
뭇 사람들이 알게 하기 위해 돌과 나무와 땅바닥에 적어 놓았다.
'제행무상諸行無常, 시생멸법是生滅法, 생멸멸기生滅滅己,
적멸위락寂滅爲樂.' 다 적고 나서 수행자는 옷매무시를 가다듬고
높은 나무 위로 올라갔다. 그러자 나무가 그에게 물었다.
"당신은 왜 나무에 올라온 것입니까?"
"이 몸을 저 악귀에게 바치려는 것입니다."
"그까짓 서너구절에 지나지 않는 것에 자기 몸을 바칠 만한 가치가 있습니까?"
"있고말고요. 나는 다시없이 귀중한 이 성구를 후세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해 이 몸을 바치게 되는 것을 매우 만족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는 악귀의 먹이가 되기 위해 나무 위에서 몸을 던졌다.
그러자 수행자의 몸이 땅에 떨어지기 전에 악귀가 다시 제석천의 모습으로
돌아가 두 손으로 수행자의 몸을 받아들고 조용히 땅 위에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수행자의 발 밑에 엎드려서 말했다.
"당신이야말로 참다운 수행자이십니다.
당신은 미래에 틀림없이 부처님이 되실 것입니다.
그 때 저희들을 잘 인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나의 선어99 홍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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