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성어

당신을 여전히 두근거리게 하는 일이 있나요?

갓바위 2023. 8. 24. 08:55

 

“오랜만에 만나니 더 예뻐졌어요!”

 

지나가는 인사일지도 모르지만,

그 남자의 말은 오늘 내 가슴을 새콤달콤하게 만들었습니다.

내 나이요? 인생의 중간쯤 왔을까요. 사십대가 된지 몇 년 지났지만,

마음은 사실 사춘기 소녀의 마음과 다르지 않습니다.

 

아닌 척, 드러내지 않는 것일 뿐이죠.

이십대에 누구나 연애 경험이 있으리라는 건 대단한 착각일지 모릅니다.

사실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더 애틋한 청춘에

대한 상상을 불러 모아. 선택한 청춘을 새롭게 만들어낼 수 있는 걸지도 모르죠.

 

일본의 ‘마스다 미리’라는 작가를 아시나요?

69년생 마스다 미리는 오사카 출생의 만화가이자 에세이스트입니다.

마스다 미리는 수많은 공감만화와 에세이로 많은 사랑을 받으며

일본뿐만 아니라 국내 3~40대 여성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마스다 미리가 사랑받는 이유는 청춘을 조금 지난 여자들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따뜻한 문체로 생생하게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몸에 걸칠 것을 고를 때, “좋다, 싫다, 어울린다,

어울리지 않는다.”로 충분했던 청춘 시절.

 

“젊다, 젊지 않다”라는 판단에 큰 비중을 두 게 된 지금은

머리에 다는 작은 액세서리조차, ‘이 디자인 나이 제한 넘는 거 아냐?’

자문하게 되는 쇼핑이다. 조금씩 몸에 걸치는 것들의 선택 범위가

좁아져 간다. 뭐랄까, 탐욕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 <아직도 두근거리는 중> 중에서

 

단순하게 나에게 어울리는 옷을 고르면 그만이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왠지 ‘이 나이에 이런 거 해도 되나?’

하는 걱정이 한 스푼 더 얹어졌습니다.

옷을 고르는 게 한 단계 더 어려워졌습니다.

 

삼십대를 지나 사십대. 그리고 다가올 오십대…

어쩐지 청춘 저편의 시절과 이별을 고하고 새로운 어른의 세계에

진입해야 할 것만 같은 부담스러운 시기. 마음은 여전히 철없는

사춘기 시절에 머물러 있는데, 외모의 노화도 부쩍 신경 쓰이고 더불어

나를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이나 기준은 더욱 엄격해지는 것만 같습니다.

 

연간 이벤트들이 훌훌 떨어져 나가는 이 느낌. 몹시 쓸쓸한 일이긴 하지만,

‘홀가분해서 편하네~’ 하는 생각이 마음 어딘가에 있는 것도 거짓말은 아니다.

 

– <아직도 두근거리는 중> 중에서

 

후회 없이 입어보고 싶은 예쁜 옷들. 나중에는 입고 싶어도 입을 수 없게

돼버릴까봐. 쇼윈도에 놓여진 옷 앞에서 몇 번을 왔다 갔다 하게 됩니다.

젊었을 때 같았다면 망설임 없이 사버렸을 텐데.

 

중년여성의 연애나 설렘은 조금 낯설게 느껴지는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대부분 그런 시기를 흘려보내고 누군가의 아내 혹은 엄마로 살아가는

이들이 꽤 많기 때문이겠죠. 상큼한 청춘의 바람은 지나갔지만

일렁이는 봄바람에도 왠지 설레는 것이 여자의 마음입니다.

 

나이를 먹어도 불안은 끊이지 않지만, 두근대는 이 마음 역시 사랑스럽습니다.

중년의 시간은 어쩌면 하루하루 맞부딪히는 사소한 절망, 슬픔, 우울로

가득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가운데에 피어나는

소박한 웃음과 즐거움, 행복은 우리를 여전히 기다리고 있지요.

 

젊음이 사라진다는 게 아쉽지 않은 건 아닙니다.

하지만 지나간 시간만 움켜쥔 채 아쉬워하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즐기는 방법을 하나하나 배워가며 살아가 보는 건 어떨까요?

무엇보다 ‘함께’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은, 생각보다 든든한 응원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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