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니 종노릇
일상 12시중에 움직이는 전체를 통틀어서 공부하는 선을 참선이라고 한다.
앉아서 하면 좌선이고, 서서 하면 입선이고, 가면서 하면 행선이고, 누워서 하면
와선이고, 이야기하면서 하면 담선이다. 일체가 선(禪)이 안 붙는 게 없다.
그 공부하는 가운데서도 여러 가지 많은 문제가 일어난다.
화두를 일념으로 참구하는 것이 순일하게 일체 잡된 생각이 없이
잘 이루어지면 더 말할 것이 없는데, 5분, 3분도 안 가서
화두는 없어지고 오만 잡된 망상이 죽 끓듯이 마음 가운데서 일어난다.
그 망상은 과거 이 세상에 태어나기 전부터 이 자리에 오기까지
오랜 세월을 살아가면서 많은 것을 컴퓨터에 입력해 놓듯이
의식 속에다가 입력을 해서 저장을 해놓은 것이다.
우리들의 의식 속에 엄청나게 입력해서 저장해 놓은 것을 평소에는 모른다.
무거운 것도 모르고 일체 표시가 없다. 근데 어느 때 표가 드러나느냐 하면,
화두를 일념으로 집중을 해서 참구를 하려고 해보면,
그때 우리 의식 속에 저장해 놓은 모든 생각이 말할 수 없이 마구 일어난다.
그 망상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서 그걸 탓할 건 없고,
일념으로 참구하는 그 마음에 의해서 망상이 일어나는 것이고,
그냥 일어나는 게 아니라 밖으로 퇴출되는 과정이다.
일체 모든 번뇌망상을 화두 일념이 아니면 밖으로 뽑아낼 길이 없다.
화두를 일념으로 하다 보면 자연히 뽑혀나가느라고 망상이 나오는 거니까,
그 망상 나오는 건 가만히 놔두고 화두만 자꾸 지극하게 참구해 들어가면 나중
에 가면 망상이 없어진다. 나는 그걸 경험을 했기 때문에 확실하게 말씀드린다.
그때는 망상을 일으키려고 해도 일어나질 않는다.
없기 때문에. 그래야만 마음이 한결같이 고요하고 편안하다.
거기에서 성성히 깨어있는 의정 한 뭉치가 이루어져야 된다.
또, 깊은 일념으로 해 들어가는데 따라서 나타나는 게 있다.
의식이 맑아지면 빛(識光) 이 나타나는데, 그 식광(識光)에 의해서
우주 대천세계가 아주 아름답게 보이기도 하고, '두두물물이 부처다',
'부처님 경전의 말씀이 맞다'는 확신도 가고,
32상 80종호를 갖춘 거룩한 부처의 몸으로도 나타나는 것이 있다.
또, 집도 없어지고 몸뚱이도 없어지고 허공도 없어지고
아주 밝은 해와 달처럼 환히 밝은 자신이 허공에 떠있는 그런 경계도 있다.
그런 경계가 나타나면 생전 못 보던 걸 봤기 때문에
굉장한 환희심도 나고 없는 힘도 불끈 난다. 그런 때 본인 자신도 모르게
"난 이런 경계를 봤다" 하고 한 소식 한 것처럼 얘기를 막 한다.
또, 말을 제대로 못하던 사람이 말문이 열려서 청산유수처럼
말을 잘하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많은 경계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공부하는 이가 알아놓아야 할 것이, 이것은 전부 자기 마음이 전도돼서
일체의 마구니 소굴에 얽매여서 빠진 것이니, 공적한 가운데에는
터럭만큼도 나타나는 게 없거늘 무엇이 그런 게 나타난단 말인가?
그와 같은 모양이 나타난 사람들은 거기에 속지 말아라.
그것은 다 마구니의 일이고 허망한 것이다.
거기에 속은 사람은 결국 마구니의 종노릇 하듯이 거기에 빠져서
나중에는 정신이상자도 되고 제정신이 없는 미친 사람이 되고
공부하기 어려워지니, 절대 이러한 경계에 빠지지 말라고
달마스님이 말씀을 하셨다. 또 부처님께서도 그렇게 말씀을 하셨다. ♣
(대원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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