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것이 선이다
'본래무일물' 에서 이야기했던 혜능은 홍인선사의 법을 이어 받지만,
다른 제자들의 시기로 박해를 받을까 걱정한 스승의 배려로
남방의 산속에 숨어서 나무꾼들과 함께 생활했다.
15년이 지나서 다시 세상에 나오기로 마음먹은 그는 고향인 광주廣州로 갔다.
때마침 법성사法性寺에서 당나라의 인종선사印宗禪師가 『열반경』을
강의한다고 하여 많은 청중이 모여들고 경내에는 깃대가 걸리기 시작했다.
그 때 깃대가 바람에 휘날리며 펄럭거리는 소리를 듣고 한 수행승이 "깃대가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또 다를 수행승은 "아니다,
바람이 움직이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렇게 둘이 "그렇다", "그렇지 않다"하며
승강이를 벌이고 있는데, 도무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보다 못한 혜능이 둘 사이에 끼어들어 말했다.
"바람이 움직이고 있는 것도 아니고, 깃대가 움직이고 있는 것도 아니다.
당신들의 마음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이 말에 깜짝 놀란 두 수행승이 곧바로 인종선사에게 자초지종을 알렸다.
이에 인종선사는 '홍인선사의 법을 이어받은 사람이 남방에 와서
숨어 살고 있다고 들었는데 필시 그 사람일 것이다'라고 생각했다.
인종선사는 그렇게 만난 혜능을 몹시 반겼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혜능은 인종으로부터 득도를 받고,
남방선南方禪의 조사祖師가 되었다.
혜능이 말한 마음이란 바람이 마음이요, 깃대가 마음이다.
그 마음이란 자기 자신이다. 자기가 그대로 세계이며, 세계가 자기인 것이다.
혜능은 바람이 분다느니 깃대가 움직인다느니 하며 다투는
두 수행승의 상대적 관념을 떼어버리려 했던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본심을 단단히 바라보고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것이 선이다."
자신이 깨달음에 이르렀다는 느낌이 든 고암古庵이 스승인
용성龍城과 불법에 대한 문답을 나누던 끝에 스승이 물었다.
"6대조 혜능은 깃발이 흔들리는 것을 보고, 바람이 움직이는 것도
깃발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라, 다만 마음이 움직이는 것이라고 했는데,
그 뜻이 무엇이냐?" 고암은 세 번 절하고 대답했다.
"하늘은 높고 땅은 두텁습니다."
고암은 1899년 경기도 파주에서 태어나 제산화상을 은사로 득도했고,
1967년 조계종 종정이 되었으며, 1988 해인사 용탑선원에서 입적했다.
나의 선어 99 홍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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