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메산골 호롱불 노부부
산 너머로 해가 뉘엿뉘엿 기울면 어느 노부부가 사는
하늘과 맞닿은 두메산골 외딴집 굴뚝에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납니다
세월도 비켜 간, 두멧골 외딴집 부뚜막 가마솥 뚜껑 밑으로 밥물이 분주히
넘쳐흐르고 아궁이 속 뚝배기에는 된장찌개가 보글보글 끓고 있습니다
산 넘고 물 건너 오일장 날에 사 와 처마 밑에 고이 걸어두었던
자반고등어 한 손도 숯불에 노릇노릇이 구워져
노부부의 저녁 밥상이 소담스레 차려집니다
꼬부장히 굽은 허리가 곱꺾이도록 날카롭게 토해내는 노파의 건기침 소리는
밤공기를 가르며 달빛을 할퀴고 낡은 라디오가 숨 멎을 듯이 전하는
세상 소식은 호롱불에 까물까물 타들어 갑니다
고단한 하루는 어둠 속으로 스며들고 구들방 아랫목에 단잠 든 촌로는
외양간, 늙은 암소를 앞세워 봄갈이 꿈을 꾸고 있습니다.
- 주응규 -
* 두메산골 순박한 어느 노부부의 삶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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