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스님 좋은 말씀

천도받는 부모가 되지 말라

갓바위 2023. 11. 25. 09:21

 

천도받는 부모가 되지 말라

 

옛날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홀로 된 청년이 있었습니다.

그는 남의 집 일을 해주며 어렵게 살았지만,

조금이라도 여유가 생기면 이웃을 도와주는 것을 잊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마흔살이 되어 덕있는 여인을 만나 결혼을 하고 학문도 닦기 시작하여,

쉰 살이 되기 전에 과거에 합격하여 벼슬길에 발을 들여 놓았습니다.

뒤늦게 벼슬길에 오르기는 하였지만, 인생을 진실되게 살고 남을

진정으로 돕는 그였기에 승승장구하여 정승의 지위에까지 올랐습니다.

나이 70이 되었을 때 수명을 잘 보는 노인이 "이제 수명이 다할 날이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아무 날 돌아가실 터이니 준비를 하심이 좋을듯 합니다."

정승은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아, 이 몸을 버릴 때가 되었구나.' 예언한 날이 되

자, 정승은 몸을 씻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염라대왕의 사자를 기다렸습니다.

마침내 해가 저물자 염라대왕의 우락부락한 사자 대신 덕스럽게

생긴 선비가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정중히 절을 하며 말했습니다.

"선생님은 명부에 기록된 수명은 다하였지만,

덕 높으신 어른께서 별세를 하게 되면 이 어려운

백성들을 누가 도와주겠습니까? 10년동안 덕을 더 베풀어 주십시오."

"허, 그런가? 앞으로 10년을 더 살아?"

정승은 10년동안 건강한 몸으로 백성들을 돌보다가 세상을 하직하였습니다.

상징성을 띤 이 전래담처럼, 우리는 누가 잘 살게 해주기를 바라지 말고

진실불허한 삶 속에서 스스로 베풀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진실불허! 이 간절한 부처님의 말씀을 뇌리에 간직하며 덕을 베풀며 살면,

앞의 이야기에서처럼 염라대왕까지 존경하여 세상에

더 머물러 계실 것을 청할 것입니다.

불자들이여, 진실불허로 중심을 잡아 원을 세우십시오. '돌아가신 어른들을

위해 내가 천도를 해드리지만, 내가 죽어 천도 받는 존재는 되지 않으리라.'

정녕 우리가 참된 불자라면, 우리의 아들딸에게

제사밥을 얻어먹는 부모가 아니라, 아들딸들이 참으로

즐거운 마음으로 제사를 지내며 기억하는 부모가 되어야 합니다.

나무지장보살마하살.

​-보성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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