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슬픔 ~찡한글

학도병의 부치지 못한 편지.

갓바위 2023. 11. 29. 20:36

 

학도병의 부치지 못한 편지.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

 

중학교 3학년.. 겨우 열 대여섯 나이의 학도병은 전쟁의 잔혹함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짧은 편지글에 생생하게 남겼다.

 

이 학도병은 편지글을 끝내 보내지 못한 채 전사했다.

다시는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될 민족의 비극 6.25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1950년 6월25일 전쟁, 오늘은 72주년 꼭 기억하겠습니다.

‘어머니, 전 사람을 죽였습니다.

그것도 돌담 하나를 두고 10명은 될 겁니다.

 

나는 네명의 특공대원과 함께 수류탄이라는

무서운 폭발무기를 던져 일순간에 죽이고 말았습니다.

수류탄의 폭음은 저의 고막을 찢어 놓았습니다.

 

지금 이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귓속에는 무서운 굉음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적은 다리가 떨어져 나가고 팔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너무나 가혹한 죽음이었습니다.

 

아무리 적이라지만 그들도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더욱이 같은 언어와 

피를 나눈 동족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고 무겁습니다.

어머니, 전쟁은 왜 해야 하나요?

 

이 복잡하고 괴로운 심정을 어머니께 알려드려야 내 마음이 

가라앉을 것 같습니다. 저는 무서운 생각이 듭니다.

지금 내 옆에서는 수많은 학우들이 죽음을 기다리듯

적이 덤벼들 것을 기다리며 뜨거운 햇빛 아래 엎드려 있습니다.​

 

적은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언제 다시 덤벼들지 모릅니다.

적병은 너무나 많습니다.

우리는 겨우 71명입니다.

이제 어떻게 될 것인가를 생각하면 무섭습니다.

 

어머니, 어서 이 전쟁이 끝나고 어머니 품에 안기고 싶습니다.​

어제 저는 내복을 손수 빨아 입었습니다.

물론 나는 청결한 내복을 입으면서 저는 두 가지를 생각했습니다.

 

어머님이 빨아 주시던 백옥같은 내복과 ​내가 빨아 입은 내복을 말입니다.

그런데 저는 청결한 내복을 갈아입으며 왜수의(壽衣)를 생각해 냈는지 모릅니다.

​죽은자에게 갈아입히는 수의(壽衣)말입니다.

 

어머니, 오늘 죽을지도 모릅니다.

저 많은 적들이 그냥 물러날 것 같진 않으니까 말입니다.

어머니, 죽음이 무서운 게 아니라

 

어머니도 형제들도 못 만난다고 생각하니 무서워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살아가겠습니다. 꼭 살아서 가겠습니다.

 

어머니, 전 꼭 살아서 어머니 곁으로 가겠습니다.

상추쌈이 먹고 싶습니다.

찬 옹달샘에서 이가 시리도록 차거운 냉수를 ​한없이 들이키고 싶습니다.

 

아! 놈들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다시 또 쓰겠습니다. 어머니.. 안녕.. 안녕..​

아뿔싸..안녕은 아닙니다. 다시 쓸테니까요…​

 

-1950년 8월11일 포항여중 전투 당시 전사한 학도병

서울 동성중 3학년 이우근의 수첩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