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밭 ~ 행복한가

하루를 상쾌하게 시작하는 방법

갓바위 2024. 6. 4. 21:58

 

 

하루를 상쾌하게 시작하는 방법

 

"아침에 일어나서 뭐 했어?"

누군가에게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나에 관한 관심의 표시일 수도, 아무 의미 없이 물어본 말일 수도 있겠지만,

그 질문을 받은 순간 너무 당황해서 어리벙벙하다가

제대로 대답도 하지 못한 채 대화가 끝났죠.

 

곰곰이 생각해보니 대답을 하지 못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우선 첫 번째로 아침에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아니, 일어나지 못했던 것이죠.

 

'아침에 잠들어서 항상 점심쯤에 일어난다고 말하면 게을러 보이지 않을까?

그럼 아침에 일어나서 뭘 했다고 말하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바람에 아무 말 없이 눈만 굴려댔습니다.

 

두 번째는 '정말로 뭘 했는지' 도통 기억이 나지 않아서 대답을 못했습니다.

'일어나서 뭐했지?'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일어나서 밥을

먹는 것 말고는 내가 뭘 했는지 정말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집순이로서 '뭘 하겠다'라는 목표나 계획 없이 보냈습니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의식의 흐름대로, 그때 그때 하고 싶은 대로 무작정

시간에 나를 맡겼습니다. 아무리 뭘 하려 고 아등바등해도 삶은

 

나아지지 않았고 인생에서 변하는 것도 없었죠.

이 지긋지긋한 하루가 내일이 되어 찾아온대도 새로운 일들은 없을 테니까,

스탬프를 찍듯 똑같은 오늘이 나를 짓누르고 지나갈 게 뻔했습니다.

 

그랬던 내가 내 의지로 아침 일찍 일어나기 시작했고, 한 번 일어나면

다시는 눕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무엇보다 돌아올 하루를 어제와 다른

날로 여기고자 했죠.‘ 어제는 어제로 끝내자! 오늘은 새로운 하루다!

 

오늘 하루도 상쾌하게 시작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일어나서 해야 할 행동들을 이른바 '나만의 아침 루틴'으로 정했습니다.

 

첫째, 잠깐이라도 창문을 열어 바깥 공기를 느낍니다.

우울 속을 헤매고 있을 때, 나는 오랫동안 방 창문도,

방문도 꼭 닫은 채 좁은 방 안에서만 생활했습니다.

 

모든 것이 다 짜증이 나고 관심도 없고 전부 싫고 귀찮아서 그랬습니다.

마음속 창을 모조리 닫은 것처럼 방에 틀어박혀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았죠.

그럴 때 창문만 열었을 뿐인데 다시 세상과 연결된 기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창문 너머로 평상시에 듣지 못한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

저 멀리 '부아앙' 하며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

어디선가 대화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습니다.

 

바깥을 느끼고, 밤새 내뿜었던 쾌쾌한 방 공기와 닫힌 내 마음을

환기시켜 봅니다. 창문 앞에서 잠시만이라도 햇볕에 나를 말립니다.

내 방과는 다른 온도를 느껴보고, 냄새도 맡고, 소리도 들어보고,

집 앞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둘러봅니다.

 

둘째, 항상 달고 사는 비염과 알레르기를 완화하고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자는 곳이나 머리 주변에 있는 먼지들을 닦습니다.

방 침대 헤드에는 큰 책장이 있는데, 책 구석구석에도 먼지가 쌓였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가지고 있던 책에서는 책벌레가 기어 나왔죠.

책등과 표지를 아무리 닦아줘도 먼지가 계속 쌓여

먼지가 쌓일 만한 물건은 아예 머리맡에서 치웠습니다.

 

먼지와 병균에서 멀어지기 위해 책장을 옮기고

닦기 편한 헤드로 새로 설치한 뒤 자주자주 닦았습니다.

베개와 이불에는 소독용 에탄올과 티트리 오일을 섞어 만든 진드기

제거제를 뿌리고, 조금 있다 털어냈습니다. 바닥은 청소기로 밀었죠.

 

저렴한 무선 미니 청소기는 흡입력은 그리 세지 않지만 방바닥에 굴러다니는

머리카락과 먼지, 작정 정도는 가볍게 빨아들였습니다.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어서 만족도 120퍼센트다! 강력 추천하고 싶은 아이템입니다.

 

‘꼭 이 순서대로 해야지'라는 강박으로 아침 루틴을 실천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떠오르는 대로 한 가지씩 시도하고 있죠. 일어나자마자

딱히 할 게 없어 거실로 나가면 주방으로 향하고, 주방에 가면 밥부터

 

생각나고, 밥을 먹으면 또 누워 자게 될까 봐 바로 거실로 나가지 않고

일부러 방 안에서 이것저것 해야 할 것들을 찾아 움직입니다.

이 루틴을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 하는 '워밍업'으로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상쾌한 하루, 깨끗한 사람으로 또 다른 날을 시작해봅니다.

완벽하게 방을 치우는 건 아니지만 기본적인 청결은 유지할 수 있습니다.

길면 30분 이상 걸릴 때도 있는데, 나에게 ‘일어나자마자 부지런히 움직이며

하루를 시작하는 나!’라는 근사한 프레임을 씌우고 자기 만족감을 높였습니다.

 

덕분에 새롭게 무언가를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

나답지 않게 긍정적인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출처 행복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