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제가 지리산 국사암에 있을 때 쌍계사 강사를 하면서
매일 아침마다 경전강의를 하러 쌍계사로 내려가곤 했어요.
그러다가 한 번은 오른쪽 발목을 접질렸는데, 날 만하면 또 접질리고
날 만하면 또 접질리고.. 몇 달을 계속 쩔뚝거리면서 다녔습니다.
하도 낫지를 않아서 짜증이 날 지경이었는데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고 보니 왼쪽은 한 번도 안 다쳤네~"
감사한 마음이 들었어요. 왼쪽까지 그랬으면 어쩔 뻔 했어 ㅎㅎ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렇게 감사하다보니까 어느새 다 나아 버렸어요.
짜증을 낼 땐 그렇게도 안 낫더니, 초점을 감사로 옮기니까 나도 모르게
나아버렸어요. 언제 나았는지도 모르게.. 한참 지나고 보니 "어, 다 나았네~"
사람이 살면서 좋은 일만 생길 순 없습니다
아무리 뭐 예수님 부처님도.. 좋은 일만 생겼을 거 같아요?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입니다 ㅎㅎ
우리가 그렇게 섬기는 부처님도 데와닷따한테 배신당해 가지고 자객도 오고,
코끼리한테 깔려 죽을 뻔도 하고, 바윗돌 굴러서 발등에서 피가 나고..
이교도들이 임신했다고 와서 막 모함을 하고, 별별일을 다 당하시고
심지어는 3개월 내내 말보리만 드신 적도 있다고 하잖아요..
예수님은 그럼 좋은 일만 있었나요? 맨날 핍박당하다가
결국엔 그 강도들하고 같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잖아요..
말이 쉽지, 못 박혀 돌아가시고, 유다가 배신하고..
여러분 뭐 불교 믿고 기독교 믿으면 좋은 일만 있을 거 같죠?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에요 ㅎㅎ "우리 종교 믿으면 좋은 일만 있습니다!!"
이거 다 거짓이에요, 사탕발림입니다. 왜? 아니 그 종교의 교주도 좋
은 일만 있지 않았는데 어떻게 그 종교만 믿는다고 좋은 일만 있겠어요?
종교를 믿으면 좋은 일만 생기는 게 아니고, 뭐가 바뀌느냐?
좋은 일이 생기든 나쁜 일이 생기든,
그것을 스므스하게.. 원만하게, 잘 넘길 수 있게 되는 겁니다.
내가 뭐 불교 믿고 스님이니까 발목 다치지 말아야지.. 다쳤잖아요?
아, 내가 왜 다치고 이럴까.. 거기에다 초점을 맞추고 있으니까 안 나아요. 왜?
원망과 짜증에 마음이 가 있으면, 계속 원망할 일이 생깁니다.
짜증낼 일이 생겨요.. 희한해요..
왼쪽발 이거 참 감사하다.. 이것마저 다쳤으면 큰일 날 뻔 했는데 ㅎㅎ
왼쪽발은 다친 적이 없구나.. 정말 감지덕지다..
그랬더니 오른발도 저절로 나았어요. 언제 나았는지도 모르게.. 왜?
초점이 안 가 있으니까 집착도 없어지고, 그러니까 오히려 빨리 나은 거죠.
이것이 행복의 제1법칙입니다. 감사에 초점을 맞춘다!!
살아가면서 감사할 일도 있고 원망할 일도 있지만
초점을 감사할 일에 맞추면 자꾸 감사할 일이 생깁니다.
그래서 부처님도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만족이 으뜸가는 재산이다."
행복은 미래의 목표가 아니라 현재의 선택입니다
대개 상황이 바뀌면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하는데
불만족의 마음이 있으면 또 불만족을 찾게 됩니다.
찔뚝거리는 오른발에 초점을 맞출 것인가, 멀쩡한 왼발에 초점을 맞출 것인가?
이런 선택에 따라서 바로 지금 여기에서 행복을 누릴 수 있어요.
여러분도 감사할 일.. 생각하면 얼마든지 있습니다.
여러 가지 있겠지만 가장 크게 감사할 일이 딱 세 가지 있습니다.
첫째, 사람으로 태어난 것..
복 닦기, 도 닦기에 최적화되어 있어서 천상보다 낫고요,
둘째. 불교를 만난 것..
인간으로 태어났어도 지구상에 불교를 모르거나 신을 주인으로 모시고
'나는 종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태반인데 불교를 만났다는 것은
신은 물론, 신의 스승도 될 수 있는.. 어마어마한 가능성을 만난 겁니다.
정말 이런 생각을 하면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나 웃고 자야 돼요 ㅎㅎ
그리고 셋째. 정법을 만난 것..
불법이라고 하면서 사법이나 비법도 의외로 많아요.
불법도 아닌.. 불법 비스므레한.. 그런 쪽으로 믿는 분들도 제법 많습니다.
우리는 그래도 정법을 만나서 바른 신행생활을 할 수 있어서
내가 내 인생의 주인공이다, 행복도 내 작품이다.. 얼마나 좋습니까!
부처님 감사합니다, 감지덕지입니다 ㅎㅎ
-월호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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