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밭 ~ 행복한가

하루하루 기억을 잃어가고 있는 엄마

갓바위 2024. 11. 23. 10:38

 

 

하루하루 기억을 잃어가고 있는 엄마

 

하루하루 기억을 잃어가고 있는 엄마와 나만 아는 맛의 추억.

나와 엄마와의 기억은 대부분 조그만 부엌 안에 채워져 있다.

 

열다섯 평 작은 집의 더 작은 부엌에서도, 쭉 뻗은 두 팔보다

더 긴 지금의 부엌에서도 싱크대에서부터 식탁까지

세 걸음이 채 되지 않는 공간 속에 웃음과 눈물의 흔적이 남아 있다.

 

엄마가 더 이상 음식을 못하게 되면서

아무 생각 없이 여겼던 엄마의 집밥이 불현듯 생각나곤 한다.

 

냉장고 가득 채워져 있던 색색의 나물반찬, 이제 막 완성되어 뜨끈하고

구수한 밥 냄새, 허리 한 번 펴지 못하고 온종일 쭈그려 앉아 속을 채운 김장김치.

이제 그 장면들은 기억 한구석에 박제되어 이따금 가슴을 뻐근하게 만든다.

 

- 진채경 저, <엄마의 부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