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깃돌 사랑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아침에 이를 닦는 하얀 거품 속에도 출근을 하기 위해 바라보는
거울 속에서도 늘 함께하는 그 사람을 생각하면 정말 따뜻하고 행복하던 저는
얼마 전 회사에서 일하다 계단에서 넘어지는 사고로
다리에 깁스를 한 채 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습니다
하루하루 지나는 시간 속에서 사랑하는 오빠랑 같이 할 수 없는 시간만
늘어나고 “내가 널 사랑하는 만큼 눈이 내린다면 아마 봄은 오지 않을거야 “
라는 문자라도 와주길 기다리며
오지 않는 전화기만 만지작 거리는 습관만 생겼습니다
병원에 오는 시간과 머무는 시간도 점점 줄어져 가고 있을 때
화장실 거울 앞에 서 있는 자신만 못나 보여 그 사람이 오고 간 뒤에는
날개도 없는 주제에 하늘을 사랑하는 것만 같아
화장실에서 한참을 울고 나오는 습관까지 생겼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 동료들과 산행을 하러 간다며 들떠있는 그에게
은근히 샘이 난 저는 예쁜 공깃돌 다섯 개만 가져와 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잠시라도 주우면서 제 생각하라고요
다음 날, 해맑게 웃으며 병실을 들어서는 그의 손엔 다섯 개의 공깃돌이 들려져
있었고 제 탁자 머리맡에 가지런히 놓고는 출근한다며 오빠는 가버렸지 만은요
돌아서 가는 그의 뒷모습에 제 마음의 글씨로
“너를 사랑하는 게 나의 운명인가 봐” 라고 나도 모르게 새겨 넣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병실에 앉아 그 공깃돌을 보면 오빠 생각이 더 나는 건 왜일까요
이게 아닌데 ... 이게 아닌데,,,,, 하면서 말이죠
그러던 어느 날 오빠가 머무르다 돌아갈 때 쯤
저는 오빠 등 뒤로 공깃돌을 던져버린 뒤 소리쳤습니다

“이깟 것 필요 없어, 도로 가져가“
되돌아보며 오빠는 싱긋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네가 원한 거였잖아 “
“아니... 이것 대신에 오빠가 늘 같이 있어 주면 되잖아..."
나도 모르게 내던져 버린 말, 그의 곁에 머물고 싶은 내 마음은 사랑이었기에
속마음을 먼저 들켜버린 전 너무 창피해서 이불속에 숨어버렸습니다
한참은 있다 일어나 보니 오빠의 모습은 병실 안 그 어디에도 보이질 않았습니다
습관처럼 휠체어에 몸을실어 화장실로 향하려는데 바퀴가 움직이질 않는겁니다
바닥에 내동댕이 쳐진 공깃돌 하나가 휠체어 바퀴에 걸려 있는 걸
손으로 주우려 고개를 숙인 저의 시야에 뒤집어진 공깃돌에
''래'' 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는게 아니겠어요

로또 번호를 맞춰보는 심정으로 하나하나
퍼즐을 맞추고 난 뒤 저는 그만 울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공깃돌에는 결*혼*해*줄*래 라는 예쁜 손글씨가 적혀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 로또 맞은 거 맞죠.. 우리의 사랑은 "공깃돌" 그 안에 있었네요
퍼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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