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위질빵꽃 2
도시에서 내려와 시골에서 터전을 잡고 사는 부부는 산골에서 소도 키우고
약초 농사로 눈코 뜰 새 없이 하루를 보내며 살고 있답니다
그런 부부에게 가슴 아픈 사연이 날아들었는데요
친정아버지의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 장례를 치르고 돌아온 그다음 날
"여보 밥 먹어야지 당신이 건강해야 장모님도 간호할 거 아냐?"
남편의 말을 귓등으로 날려버리고 식음을 전폐하고 자리에 누워 애만 태우는
아내는 그 마음을 아는지 푸석하게 말라가는 달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런 아내를 바라보는 남편의 마음도 아련하긴 마찬가지지만 소똥 치우라고
약초 수확하고 하루해가 넘어간 줄도 모르고 할 일은 하고 돌아온 남편
그런 남편의 눈에 짐을 챙기는 아내의 모습이 들어옵니다
친정어머니마저 혼자 생활하시다 침해가 와
인근 요양병원으로 입원을 시키러 가야 하기 때문이랍니다
남편이 운전하는 트럭에 올라 망초 꽃핀 들판을 바라보고 있는
아내는 눈물이 차장 밖 풍경 보다 먼저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병실을 나서는 사위를 바라보며 울고만 계신 엄마는 아들은 기억 못 하여도
사위는 기억하시는 장모님은 가지 말라며 누워서 아련히 손짓하며 울고 계십니다
트럭에 타서 시동을 걸어 놓고는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고 있던 남편은
왼쪽 창문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고 아내는 오른쪽 창문을 보면서
한참을 그렇게 눈물짓던 남편은 무엇을 결심한 양 차 문을 열어젖히며
병원으로 뛰어가더니 잠시 후 병원문을 박차고 나오는 남편의 등에 업힌 장모
"아니 여보 뭐 하는 거예요?" "장모님 우리가 모십시다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삽시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말없이 아픔을 다독거리던 아내의 손을
꼭 쥔 채 잠들어계신 장모님 그런 장모님을 다독이다 쪽잠을 자는 아내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는 남편의 얼굴에는 아이 같은 미소가 묻어져 나옵니다
아내는 집으로 모시고 온 장모님을 간병하느라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합니다
농장 일에 손발이 되어주던 아내 없이 혼자 일하는 게 힘든 남편이지만
그래도 집에 가면 문안드리고 자리끼를 놓아드리며 알아듣진 못해도
옛날 장가왔을 때 얘기며 장인어른 무서워 도망갔던 이야기하며
화롯불에 군밤 얹어 언 손 녹이는 장모님이 계셔
훈훈함을 이불 삼아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하던 시간을 지나
어둠에 물든 발걸음으로 집으로 돌아오던. 그날은 평생에 지울수 없는 날이 되고야
말았습니다 "배고파 배고파 밥 줘 밥 줘.." 고함치듯 내지르는 장모님의 목소리
마루에 있는 걸레를 씹으며 울고 계시는데 아내가 보이질 않습니다
황급히 안방과 화장실을 찾아봐도 없던 아내가
부엌 밥솥 앞에 주걱과 그릇이 널브러진 채 쓰러져 있습니다
119 병원 뇌출혈 장모님과 똑같은 병력으로 한쪽 수족이 마비된 채
수개월의 시간을 병원서 보내야 했기에 아내와 장모님을 같은 병원
다른 병동에 모셔놓고서 빈 복도 의자에서 쪽잠을 자며
아침을 맞을 때가 수없이 많았던 남편
그래도 늘 아침 병실 문을 해맑은 웃음으로 아내와 장모님께 올린 뒤
농장으로 가는 남편의 뒷모습엔 왠지 아련함이 같이 걸어가는 것 같습니다
흩어져 살던 그때보다 같이 얼굴 보며 챙겨줄 수 있는 오늘이 더 행복하다며
웃어 보이는 남편의 웃음 뒤에 허허로운 아련함이 같이 하는데도
행복이라며 미소 짓던 시간도 남편에겐 그리 길지 않았든 건
이여 년의 시간이 흐른 뒤 아내는 남편과 장모님 곁을
홀연히 떠나버리고 말았기 때문인데요
아직 못다 보여준 사랑이 많은데 더 챙겨주지 못한 게
너무 미안하다며 우는 남편을 찾아온 처형은 동생도 죽고 없는데
제부한테 엄마를 맡긴다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며 요양병원을 권합니다
입원 절차까지 맡긴 상태니 내일 아침 일찍 모시러 오겠다며 돌아간 뒤
초저녁 잘려진 기억들 따라 잠든 장모님을 두고 바람이 후줄근하게
부는 마땅한 편에서 쓸쓸함이 목울대로 넘어오는 하늘을 올려다보는 사위
「여보 잘 지내는감 당신이 없으니 쓸쓸하오 거기선 아프지 마소
내일 처형이 장모님을 데려간다는네 어찌하면 쓰겠는가 장모님을 보낼려니
마음이 아려 잠이 안 오네 그려 왜 이토록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소」
슬픔이 아픔을 잠재운 시간마다 곤두박질쳐진 마음의
긴 편지를 쓰는 남편 가셔도... 계셔도.... 사위 마음의 시간에
빗장을 채운 멍울진 아픔을 떼어 버리지 못하는데 말이죠
아득한 그리움을 매단 장모님을 닮은 달과 이런저런 얘기 하다 아침을
맞은 사위는 트럭에 앉은 장모님과 처형을 거울로 넌지시 넘겨다 봅니다
새벽녘 못다 이룬 잠에 곤히 주무시는 장모님과 지그시 눈을
감고 있는 처형의 모습이 그 옛날 요양병원에 입원시키려다
다시 집으로 모셔 오던 그날의 곰삭여 두었던 기억들과 너무나 닮아 있습니다
차 안에 젖어 드는 이별의 그림자는 아지랑이 눈물 되어 세 사람의 마음에
함께 매달려 가던 그 마음도 병원 앞에서 멈춰야만 하는 것 같습니다
"엄마 오늘부턴 장 서방이랑 안 살고 여기서 살아야 해" ....
"엄마 집은 이제 여기야" 처형의 말을 알아듣는지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엄마
돌아서는 사위의 뒷모습을 보며 엄마는 파편 같은 눈물로 울고 있습니다
그날처럼 또 그렇게 ,,,, 우는 장모님을 뒤로하고 차 안에서 또 그날의
그 모습으로 앉아있는 사위는 병원으로 달려가더니 "어머이! 집으로 가입시더"
그때의 그날처럼 장모님을 업고 나오는 사위 장모와 사위는
그리움이 하얗게 풀어진 망초 꽃핀 들녘을 달려가고 있습니다
「여보 나 잘했지.. 응」 그렇게 사위와 장모의 인생 1막 2장은
망초꽃 길 따라 다시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출처/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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