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슬픔 ~찡한글

구구단 부부

갓바위 2026. 6. 2. 11:41

 

구구단 부부

 

향긋한 햇살 내음을 거리마다 풍겨놓은 아침 정류장에 멈춰선 버스에

나이 지긋해 보이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한 분이 오르시는데요

 

지나온 세월을 바람에 헹구고선 곱게 넘겨 빗은 머리로

오르신 할머니의 눈에 자리 하나가 비워져 있습니다

 

“영감...어서 앉아요” “임자가 앉아야지....” 그렇게 별과 다투다 나온 바람처럼

실랑이를 하던 자리에 못 이기는 듯 할머니께서 먼저 앉으십니다

 

“임자.. 난 아직도 이팔청춘이야”며

팔에 힘을 줘 보이는 할아버지를 바라보며 싱긋이 웃음 짓고만 있던 할머닌

 

“영감... 노인학교에서 치매에 안 걸리려면 구구단을 많이 외우래요“

“그 좋지” “그럼 우리 한번 구구단 외우기 내기에 이긴 사람이 앉아 가기로 합시다“

 

“그려.. 난 아직도 이팔청춘이야”며 먼저 구구단을 읆습니다

“2X3은 ?” “6이쥬 3X9는?“ “39는 27이지 이번엔 사단이야 4X5?" "45...."

 

버스기사님이 우물쭈물하시고만 있는 할머니를

안타까운 듯 룸밀러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임자 기억 안 나?“ “영감이 이겼으니 여기 앉으슈”

할수 없다는 듯 자리에 앉은 할아버지는 다시 또

"24는 ?“ 라고 묻었지만 할머니는 “이제는 가물가물해서 잘 모르겠어요”

 

한참을 달려처음 버스를 탔던 곳으로 기울어진 별을 따라 버스가

멈추어 섰을 때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이 세상에서가장 늦게까지 잡고 있고

싶었던 서로의 손을 꼭 쥐고 내려서더니 정류장에 묶어둔 휠체어에 달빛을

당겨 할머니를 앉히고선 바람 귀 들고나는 거리를 따라 멀어져가고 있었습니다

 

“영감 45는 20이고요 24는 8이네요“

“그럼 날 보고 앉아 가라고 모른 척 한 거야”

 

“그럼요 ... 버스에서 내리면 영감이 힘들게 날 밀고

가야 하는데 그때라도 좀 쉬어야잖슈“

“그래도 날 생각하는 건 우리 할멈 밖에 없네 그려“

 

“ 하하하하...호호호호” 웃음이 얼마 지나지 않아

눈물 되어 찾아온 자리를 더듬어 할아버지는 넋두리를 내어 놓습니다

 

자식들 살길 찾아주고 나니 늘어나는건 가난과 병뿐인 하루 앞에

찾아 오지 않는 자식놈들 기다리다 켜놓은 빈 등만 흔들거리고 있는

집을 멀리서 바라보며 “부모는 살아서는 서푼이고 죽어서는 만냥 이라더니만“

 

하루라는 선물을 지팡이 삼아 휠체어에 서로의 입김따라 피어나는

애뜻한 사랑을 싣고 이렇게라도 바깥바람 쐬는 시간이 행복인

서로를 바라보며 말하고 있었습니다

당신을 위해 내몫의 행복은 챙기지 않는 게 부부의 사랑이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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