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난다는 곧 발제 비구를 불러왔다.
부처님은 발제 비구에게 공부하는 법을 일러주신 다음
산림 속에 들어가 선법을 닦게 하였다.
부처님의 교훈을 받은 발제 비구는 산림 속에 들어가 부처님이 일러주신
대로 참선을 한 지 오래지 않아 곧 아라한의 도를 얻게 되었다.
발제 비구가 아라한의 도를 얻게 되자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지금 발제 비구는
과거세에 어떠한 복을 심었기에 출가했어도
세속의 때를 못 벗다가 부처님을 만나
아라한의 도를 얻게 되었습니까?"
"비구들아 발제 비구를 교화한일은 금생 뿐만 아니라 과거세에도 있었느니라
너희에게 설하겠으니 자세히 들어라. 과거세에 바라나시의 산림 속에
어떤 선인이 과일이나 물만으로 배를 채우며 오랫동안 선도를 닦아 왔다.
그러나 어느 해 심한 가뭄을 만나 굶주림에 견디다 못해
어느 마을에 들어가 걸식을 하였다.
그때 보살인 토끼 왕이 여러 토끼를 거느리고 물과 풀을 찾아다니다가
긴 수염에 위의가 있는 한 선인의 굶주림에 시달리며 마을에서
걸식하는 걸 보고는 그 앞에 나아가 이렇게 말했다.
'변변치 못하지만 우리의 공양을 받으시오.
그리고 또 좋은 방법이 있으니 들어보시오"
이 말을 들은 선인은 생각하였다.
'저 토끼왕이 혹시 죽은 날짐승, 길짐승을 가지고 음식을 만들어
내게 공양하는 게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너무 배가 고파 좋다고 하였다.
그러자 토끼 왕은 부하 토끼와 선인을 모아 놓고 묘법을 설한 후에
손수 마른나무를 땅에 쌓더니 불을 지른 다음
스스로 그 불덩이 속으로 뛰어들어가 버렸다.
이 광경을 본 선인이 깜짝 놀라 붙잡으려 했지만 이미 생명은 덧없이
세상을 달리 했다 .이를 본 선인은 배가 고파 죽는다 해도
토끼 왕의 고기는 먹을 수가 없었다.
오히려 토끼 왕의 뼈를 거둬서 탑을 세워 모신 다음 거기에 공양을 하였느니라"
"비구들아 알아두어라. 그때의
보살은 토끼 왕이 바로 나의 전신이였고
선인들은 발제 비구의 전신이였다.
그 당시 나의 말에 따라 설법을 들었기에 지금 나를 만나 수도하게 되었느니라"
이 말을 듣고 비구들은 기뻐하며 부처님을 받들었다
- 찬집백연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