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 낭송~영상시

가을 편지 ~ 임보

갓바위 2014. 9. 20. 10:49
  가을 편지   ~  임보

은사시나무들도 그들의 마지막 혈관을 뽑아
내일 떨쳐 버릴 여린 잎들을 저리도 곱게 치장하는구나
나도 이제껏 내 기억의 깊은 골방 속에
감추고 감추었던 푸른 추억들을
하나씩 끌어 올려
황금빛 치마를 입힐가 보다
이 땅이 서럽다고
바다 넘어 어느 먼 낯선 나라로
구름처럼 훌쩍 떠나간 눈이 큰 친구여
문득 밤을 새워 그대에게 긴 편지를 쓰노니
기러기야  하늘 뚫는 청둥기러기야
나도 가을이면
지상을 박차고 떠오른 한 마리 철새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