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 어둠속 등불

극락에 간 두 친구

갓바위 2015. 4. 29. 09:32
 극락에 간 두 친구
문무왕 때 광덕과 엄장이라는 두친구가 있었다. 
광덕은 아내와 함께 분황사 서쪽 마을에 살며 
신 삼는 일을 했고 엄장은 남악에 
암자를 짓고 살면서 크게 농사를 지었다. 
둘은 우정이 매우 돈독해서 늘 먼저 극락에 가는 
사람은 꼭 서로에게 알려주자고 다짐했다. 
어느 날 저녁 무렵, 노을은 붉게 타오르고 소나무 그늘이 
조용히 짙어갈 즈음 창 밖에서 엄장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여보게 엄장, 나는 이제 서방정토로 가네, 
자네도 잘 지내다가 하루빨리 날 따라오게나." 
엄장이 놀라서 문을 열고 낙 보니 저 멀리 구름위에서 하늘의 
음악 소리가 들려오고 환한 광명이 땅에 까지 뻗쳐 있었다. 
이튿날 날이 밝자마자 엄장은 광덕의 집으로 쫓아갔다. 
아니나 다를까 광덕은 이미 어제 저녁 숨을 거둔 터였다. 
엄장은 광덕의 아내와 함께
 시신을 거두어 양지 바른 곳에 장사지냈다. 
장례가 다 끝난 뒤 그는 혼자 남은 광덕의 아내에게 은근히 말했다. 
"남편도 죽고 없어 적적할텐데 나와 같이 사는 것이 어떻소?" 
광덕의 아내는 선선히 좋다고 응낙했다. 
밤이 되어 잠자리에 들자 
광덕의 아내에게 다가가 껴안으려고 했다. 
광덕의 아내는 몸을 피하면서 비웃음을 띠고 말했다. 
"거사님이 극락에 가시려는 것은 물고기를 잡으러 나무에 
올라 가는 것[연목구어:緣木求魚]과 다를 바가 없구료." 
엄장은 같이 살기로 한 여자가 뜻 밖의 태도를 보이니 
기가 막히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해서 물었다. 
"광덕은 이미 그렇게 살다가 극락에 갔거늘 
나라고 안될 것이 무었이오?" 
"남편은 저와 10년을 넘게 살았지만 단 하룻밤도 잠자리를 
같이 한 적이 없소 하물며 더러운 짓을 하였을라고요?" 
그는 매일 밤 몸을 단정히 하고 반듯이 앉아서 
오직 아미타불을 외며 정성을 다하였소, 
그리하여 밝은 달빛이 방으로 쏟아져 들어오면 
그 달빛 위에 가부좌를 하고 앉기도 했으니 이 만큼 
정성을 기울이고서야 서방정토가 아니면 어디로 가겠소? 
대개 천리를 가려는 자는 그 첫 걸음을 보면 
알 수 었다고 했으니 지금 스님의 관은 동으로 간다고는 
할 수 있을 망정 서방정토로 갈지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엄장은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광덕의 집을 나온 그는 그 길로 원효대사를 찾아가 
극락왕생을 위한 참된 길을 물었다. 
원효는 「정관법」을 지어 인도했다. 
엄장은 이때부터 몸을 깨끗이하고 뉘우쳐 
오직 한 마음으로 불도를 닦아 마침내 극락에 올랐다. 
엄장을 깨우친 광덕의 아내는 분황사의 노비였는데 실상은 
관세음보살이 중생을 교화하기 위해 변신한 것이라고 한다. 
광덕이 지어 불렀다는 「원왕생가」는 죽어 극락에 
가고 싶다는 그의 소망을 담고 있다. 
달님이시어 이제 서방까지 가셔서 무량수전에 사뢰주소서 
다짐 깊으신 세존을 우러러 두 손을 모으고 
원왕생, 원왕생 그리워하는 이 있다고 시뢰주소서 
아아 이 몸 남겨 두고 48대원 모두 이루도록 하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