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 어둠속 등불

양개화상과 어머니

갓바위 2015. 5. 3. 10:26
 양개화상과 어머니
조사 스님들의 어머니 얘기로는 조동종의 
동산 양개화상 어머니의 얘기가 유명하다
"저는 부모님의 뜻을 달게 받들지 못하고 
집을 떠난 뒤로 지팡이를 짚고 남쪽으로
 내려왔는데 세월이 벌써 10년이나 바뀌고 
갈림길은 어느새 만 리나 막혔습니다
 바라옵건데 어머님은 마음을 거두어 도를 
생각하고 뜻을 거두어 공(空)으로 생각하고 
이별한 정을 생각하지 마시고 문에 기대어 행여나
 돌아오는가 하고 바라보는 일일랑 하지마소서....... 
그런데 화상의 모친은 양개를 
그리워 하는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모친은 문에 기대어 화상이 행여나 
오지나 않을까 하고 이마에 손을 얹고 
기다리고 또 울고 하다가 끝내는 
실명을 하고 말았다.
양개는  단표노상(單瓢路上)에 행걸인승
(行乞一僧)이 되어 구름처럼 물처럼 
흘러다니다가 
우연히 고향땅을 지나치게 되었다.
비가 와서 땅이 질척한데 어떤 눈먼 여인이
 잘못하여 신발을 개울에 빠뜨렸다.
양개가  신발을 건져 여인의 발에 
신겨 주었는데 천만뜻밖에도 
눈먼 여인은 당신의 모친이 아닌가. 
양개의 가슴은 어떠 하였을까.. 
그러나 "어머님 접니다"
소리를 하지 않은채 행운유수의 길을 
담담히 떠나 가버렸다
세월이 흘러 양개 화상은 한 회상의 
종주(宗主)가 되어 문하에 천여 명의 
제자를 거느리게 되었다.
하루는 시자가 와서 산문밖에 어떤 노파가 
지쳐서 쓰러져 있다고 말하기에 가 보니 화상의 
모친이 거기까지 와서 지쳐 쓰러진 것이었다.
행장을 수습하여 보니 수중에 
좁쌀 몇 홉과 동전 몇닢이 남아 있었다.
혈육의 정과 인연은 그렇게 끈끈하고 깊은 것이었다.
화상은 모친의 영가를 정성껏 천도 하여 주었다.
그렇게 모질고 굳세게 
수행한 결실의 법력은 어떠한 경지인가.
하루는 공양주가 쌀을 씻다가
 잘못하여 많이 엎질렀다.
그것을 보자 화상이
 화를 내면서 엄하게 꾸짖었다.
"상주물이 얼마나 귀한 것인데 
이렇게 함부로 흘리는 것이냐!"
그때 홀연히 도량신이 나타나서 "조실 스님 
오신다는 말만 듣고 30년을 지나도록 
뵙지 못하였는데 화를 내시고 계시는 
겨를에 이제야 뵙겠습니다"
한생각이 일어나지 않으면 
귀신도 볼 수 없는 것이다. 
즉 화상은 그 숱한 세월을 법희선열 속에 
별다른 잡념없이 보낸것이다
양개 화상은 문인들을 시켜 머리를 깍고 옷을 
갈아 입고 종을 치게 한 뒤 엄연히 앉아 입적 하였다. 
대중들이 통곡하고 슬피 우는데 해가 기우니
 홀연히 눈을 뜨고 대중에게 말하였다 
"대게 출가한 사문이란 마음이 모두 물질에 
의지하지 않아야 참으로 수행이 되었다 하겠다.
 살면 고달프고 죽으면 쉬는 것이어늘 
무엇때문에 그리 슬퍼하는가?"
그러고는 일 보는 중을 불러 우치재(愚痴齋)를 
한바탕 지내니 대체로 제자들을 꾸짖는 재였다.
대중이 여전히 사모하기를 그치지 않으니 
7일을 더 있다가 공양때가 되자 화상도 
대중을 따라 공양을 마치고는 
"중의 집에는 일이 없어야 하는데 대체로  
때가 되면 이처럼 수선을 떨게 된다" 
하시고는 8일째 되는날 목욕을 마치고 단정히 
앉으시어 입적하니 세수는 63세 법랍은 42세 
시호는 오본(悟本)대사요 탑호는 혜각(慧覺)이었다
"집안에서 한사람 출가하면 삼대가 복을 받는다"
"삼대가 복을 받는 것도 나는 싫다 
그냥 평범하게만살아다오"
혈육의 끈끈한 호소를 뿌리치고 행운 유수의 
길을 택한 납자들 어찌보면 참 모진 이들이다 
그 모진 초발심이 희구했던 것은 무엇인가?
공부하는 이들은 순간 순간 그 때를 상기하며 
헤이해지는 마음을 다잡을 필요가 있다
통도사 극락암 명정스님 글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