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담 야설 이야기

그릇이 다르다

갓바위 2018. 11. 14. 21:19
 그릇이 다르다

조선후기 영조시대의 일이다
경남의 진주땅에 호방한 기질의 
최부자가 살았는데천생은 
백정출신이지만 일찌기 
이재(理財)에 밝아서 한양땅에 
육의전을 오가며 큰 손으로 
군림하여 많은 재화와 
토지를 갖게 되었다.
출신내력을 알고있는 
사족들은 그를 멸시하였다.
하지만,3대째 진주관영에 
향리노릇을 하고 있는 배생원은 
어린시절부터 끼니를 굶지않도록 
도움을 받았던 관계로 
사적인 자리에서는 
최부자를 형님으로 모셨다.
배생원이 어느날 부터는 기방에 
출입하더니 홍금이라는 기생에 
반해서 재산을 탕진하더니
공금으로 쓰이는 은덩어리를 
유출한 사실이 들통나서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울 때 최부자가 
흔쾌히 그를 구제하여주었다
배생원은 은혜를 갚고자 공석중인 
좌수자리를 천거하여 아전들의 
우두머리가 되었으나 진주땅 
토호들이 상놈에게 좌수자릴 
맡길 수 없다고 시위하는 
통에 물거품이 되었다
"형님 죄송합니다."하며 고개 
숙이고 눈물을 씹는 배생원에게
"아니다.~ 타고난 팔자에 어찌 
양반네들과 어울릴 수 있겠는가?
자네가 날 위해 애썼네 하며 
오히려 배생원을 위로 하였다.
그해 가을 추수를 거둬들인 후에 
최부자는 가산을 정리하여 
진주땅에서 사라졌다
눈발이 내리는 동짇달에 
최부자는 천안땅에 나타났다.
천안에서 제일큰 저택을 인수하고 
대대적인 수리와 추가공사로 
고래등같은 저택이 되었으며 
기묘홪도로 꾸며서 가히 
기호지방의 명물이 되었다
최부자의 성은 고령박씨로 
이름은 박장풍으로 바뀌었다. 
원근의 양반들을 초청하여 술자리를 
벌리고 시문(詩文)과 화풍(畫風)을 
논하고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허풍도 함께 떨었으니
암행어사 박문수 알지? 내 조카야.”
“문수 그놈이 어릴 적부터 똘똘했지

내 말도 잘 듣고.” “이 사람아, 
아무리 그렇지만 천하의 박문수가 
자네 조카라니. 말도 
그럴듯하게 갖다 붙여야지!”
이 구석 저 구석에서 웃음이 터지자
박장풍은 큰기침을 하고 나서 비단 
마고자 품에서 족보를 꺼내 펼쳤다. 
우리 문수 이름이 여기 있잖아.”
 “어릴 적부터 문수는 
다른 아이들하고 좀 달랐어.
옆집 친구가 어쩌다가 물이 
가득 찬 장독 속으로 빠졌지 뭔가.” 
“여섯살 난 그 친구가 장독에 머리를 
거꾸로 빠졌는데 다른 아이들은 
어쩔 줄 모르는데 우리 문수는 
글쎄, 큰 돌멩이를 두 손으로 
치켜들더니 장독을 내리친 거야.”
박장풍이 암행어사의 삼촌이라는
소문은 돌고 돌아 
사또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하는 행동과 말들이 어눌하고 
의심스러운 데가 한 둘이 이니라서 
곤장 세대면 진위를 가려낼 수 
있었지만 진짜라면 후환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 사또는 이방에게 
박장풍 뒷조사를 시켰다. 
가짜라는 게 들통날 즈음 갓은 
쭈그러지고 두루마기는 꾀죄죄한 
한 선비가 박장풍 집에 찾아들었다.
이런 면에선 인정 많은 박장풍이 
그를 사랑방으로 들이고는 
부엌에 대고 고함쳤다. 
“여봐라. 저녁상을 겸상으로 
차리고 술도 내오너라.”
사랑방에 들어온 그 남루한 선비는
난데없이 박장풍에게 큰절을 올리며 
“삼촌, 제 절 받으십시오” 
하는 게 아닌가.
선비가 허리춤에 찬 마패를 본 
박장풍은 혼비백산했다. 
“어사 나으리. 
사람 좀 살려주십시오.”
박장풍은 진짜 암행어사 
박문수의 다리를 잡고 매달렸다.
"사실을 말하렸다.어사는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고 살리려는 것이니"
다음날,목천(천안)관영에 
암해어사 출도가 행해졌다
사또와 육방관속과 나졸등이
 벌벌떨며 부복한 가운데
암행어사는 정좌한 후에
수령의 치적과 비리여부를 확인하고 
선정을 치하하며 왕에게 
아뢸 보고서를 마무리 하였다.
그리고 "이곳이 본관의 고향땅이기도 
하지만 숙부님이 이곳에 살고 
계신다고 해서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려고 합니다만"
"저어 존함이 어찌 되시온지요?
그분은 박 장자와 풍자를 쓰시오만"
예? 모두들 놀라서 자빠질 지경으로 
대경실색을 한다식은 땀과 
안도의 한숨을 쉰다
영조왕의 개혁에 이론과 실무에서 
실력자로 등극한 천하의 
박문수가문을 건들 뻔 했으니 말이다
어사가 말을 타고 숙부님께 
향하는 길가에는 나팔소리 
풍악소리와 인파가 따랐다

멀리 행랑밖에 나와 있던 
박장풍의 모습이 보이자
박문수는 급히 말에서 
내려 고개를 숙인다
못난 조카가 숙부님을 
이제사 찾아 뵙습니다"
"어험 조카 왔는가?공무에 여유가 
없을 터인데 어찌 찾아주는가?
자네가 주상전하의 신망을 받는 
명신이라고 익히 풍문으로 듣고는 
있었다네 박문수의 큰 절을 받는동안
 "어험" 하며 수염을 만지고 
허리는 뒤로 한없이 젖혀진다
조카를 맞이한 기쁨으로 소와 
돼지를 잡아서 고을잔치를 벌이니 
원근의 현감들이 찾아뵙고 큰어른 
박장풍의 만수무강을 기원한다
사물놀이패와 풍악소리가 3일동안 
이어지니 일찌기 천안땅에 
이렇게 큰잔치는 없었다
한달여 뒤에 박문수가 한양집에 
도착하니 본가가 이사를 해서 
타인들이 살고 있는지라 새집으로 
찾아가니 한옥이 정승댁에 버금가고 
못보던 수십명의 하인들이 
부지런이 일하는데 놀라서 
망연히 서있는데 아랫동생녀석이 
비웃는듯 다가와서는 "조선땅 최고의 
청백리라는 형님께서 도대체 어떤 
호구를 후리셔서 이런집을 장만하셨오?"
도대체,무슨 소리냐?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천안땅 
박붕장이라는 사람이 나타나서 
어사대인께 구명지은 입어서 은혜를 
조금이라도 갚으려고 한다면서 
무조건 한양에서 제일 큰집을 
사드려야 한다고 우겨서 이곳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동생에게 부끄러운 맘에서 박풍장의 
사람됨과 얽혔던 사연을 말해주자
천하의 상것이 양반 행세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까?그리고 

형님을 조카로 만들어 버렸어요?
내 이놈을 가만두지 않겠습니다
씨뿌리는 종자가 다르고 나라의 
신분을 구분하는 국법이 있거늘 ~
"글쎄, 그사람은 그릇이 다르다
양반, 그 이상도 할 사람이다"
하지만 동생은 단숨에 
천안땅으로 달려갔다
대문을 박차고 들어가서는
"천하의 상것 박풍장은 나오너라"
박풍장이 원근 양반네들과 정자에 
앉아 시문을 논하다가 깜짝 놀라서 
일어났으나 금방 흐름을 눈치채고는 
저놈이 문수조카의 동생인데 
어릴적부터 간질을 앓더니 
가끔 발작을 한다오
집사와 하인들을 시켜서 
묶은 후에 곡간에다 가둬버린다
동생은 사흘간이나 욕을 하며 악을 썼다
사흘 뒤에 
"아이구,숙부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집안 어르신에게 무례하여 죄송합니다"
눈물 콧물 흘리며 고개를 푹 숙였다
박풍장은 동생을 잘 타이르고 
후하게 대접하여 돌려보냈다
한양으로 돌아온 동생 왈
"형님,!그사람이 인물은 인물입디다.
형님도 당할만 합니다"
박문수도 웃으면서 
그러게 그릇이 다르다니깐?
- 사랑방야화 -
복 받는날 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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