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담 야설 이야기

기생 설화

갓바위 2018. 11. 30. 08:49
 기생 설화

운명 그까이꺼 껩시다 !!
초산고을 기생 설화는 
나이 16세에 사또의 눈에 들어 
수청을 들게 되니 사또는 
그녀를 무척이나 총애해 다른 
기생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꽃 같은 세월을 보내던 중 
갑자기 사또가 내직을 맡아 
한양으로 올라가게 되자, 
사또는 쓰던 집기와 세간을 모두 
설화에게 넘겨주고 많은 돈까지 
챙겨 주며 마지막 밤을 
잠 한숨 자지 않고 정을 나눴다.
“내 너와 정이 깊이 들어 한양에 
가서도 너 없이는 못살겠구나. 
내가 먼저 올라가니 너도 살림을 
정리하여 한양으로 올라오너라. 
한평생 함께 살 것을 
대장부 일언으로 약속하노라.”
이에 설화는 눈물을 쏟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설화는 점을 보러 갔다. 
“너는 나이 많은 영감님의 
첩으로 살 팔자니라. 
젊은 남자와 살면 제명을 채우지 
못할 게야.” 설화의 마음은 굳어졌다.
설화는 두달 동안 살림을 정리해 
말 한필을 사고 어린 수행종을 
사서 말고삐를 잡도록 했다.
때는 마침 한겨울이라 
길 떠난 지 닷새째, 
밤새 눈이 내리더니 이튿날도 
눈발은 그치지 않았다.
길이 눈 속에 파묻혀 
방향을 종잡을 수 없었다. 
섣달 토끼 꼬리처럼 짧은 낮이 
저물어 어둠살이 앉았다. “으악!”
앞서 가던 수행종이 낭떠러지에 
떨어져 사라지고
 비명 소리만 메아리쳤다. 
살을 에는 추위는 뼛속까지 
스며드는데 설화는 말 위에 
엎드려 정신을 잃었다. 
얼마 만인가. 정신을 차리니 
뜨뜻한 방에 이불을 덮어쓰고 
누워 있는 게 아닌가. 
머리가 두자나 되고 수염이 
한자나 되는 도인이 뜨끈한 
잣죽을 쑤어 들고 들어왔다. 
열여섯살 설화는 뜨거운 구들에 
등을 지지고 잣죽을 한그릇 비우고 
나서 거뜬하게 일어났다.

첩첩산중 암자에서 도를 닦던 도사가 
지난밤 말 울음소리를 듣고 
골짜기 눈 속에 파묻힌 말고삐를 
잡아당겨 설화를 살려 낸 것이다.
이튿날도 눈은 그치지 않았다. 
설화가 도사를 자세히 보니 
수염은 길지만 나이는 젊어 보였다. 
두 남녀는 하릴없이 마주 보고 
앉았다가 서로 지나온 
세월을 털어놓게 되었다. 
스물일곱살 도인이 털어놓았다. 
그는 삼대독자 외동아들이었다. 
세살 때 노스님이 느닷없이 그의 
집을 찾아와 그의 부모에게 말했다. 
“지금 당장 출가하지 않으면 
이 아이 목숨은 백일을 못 넘길 거요.”
그는 울며불며 노스님 손에 끌려와 
24년을 이 암자에서 도를 닦고 있었다. 
노스님은 작년에 입적하고
 혼자 지내는 것이다.
그날 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두 남녀는 와락 껴안았다. 
훌렁훌렁 옷을 벗어던졌다. 
겹겹이 껴입었던 옷은 그들을 
꽁꽁 묶어 두었던 
운명인 양 훨훨 날아갔다. 
벌거벗은 남녀는 불덩이처럼 
뜨거워져 마음속 운명의 
앙금을 녹여 버렸다. 
관솔불이 흐느적거리는 첩첩산중 
암자의 외딴 방에 폭풍이 일었다. 
벌써 질퍽해진 설화의 음문으로 
바위 같은 젊은 도사의 양물이 
힘차게 들어가자 그녀는 
흐느끼고 그는 비명을 질렀다.
“늙고 힘없는 노인의 
첩으로 일생을 살 수는 없어!”
“한평생 도를 닦아 목숨을 
부지하는 게 내 인생은 아니야!”
이듬해 섣달 그믐날, 젊은이는 세살 때 
울며불며 떠났던 집을 찾아갔다. 
예쁘고 총명한 색시와 달덩이 
같은 아들 쌍둥이를 안고! 
- 사랑방야화 -
복 받는날 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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