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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라는 세상-이기철/낭독-무광

갓바위 2019. 5. 23. 07:47

 내가 바라는 세상  
이기철/낭독-무광

이 세상 살면서 내가 하고싶은 일은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가에 
꽃모종을 심는 일입니다.
한 번도 이름 불려 지지 않는 꽃이 
길가에 피어나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그 꽃을 제 마음대로 
이름 지어 부르게 하는 일입니다.
아무에게도 이름 불려지지않는 꽃이 
혼자 눈시울을 붉히면 발자국 
소리를 죽이고 그 꽃에 다가가   
시처럼 따뜻한 이름을 
그 꽃에 달아주는 일입니다.
부리가 하얀 새가 와서 시의 이름을 
단 꽃을 물고 하늘을 날아가면
그 새가 가는 쪽의 마을을 
오래오래 바라보는 일입니다.
그러면 그 마을도 꽃처럼 예쁜이름을 
처음으로 달게 되겠지요.
마을마다 살구꽃 같은 등불 오르고
식구들이 저녁상가에 모여앉아 
꽃물 든 손으로 수저를 들 때
식구들의 이마에 환한 꽃빛이 
비치는 것을 바라보는 일입니다.
어둠이 목화송이처럼 내려와 
꽃들이 잎을 포개면 그날밤 
갓 시집온 신부는 꽃처럼 
아름다운 첫 아일 가질 것입니다.
그러면 나 혼자 베겟모를 베고
그 소문을 화신처럼 
듣는 일입니다. 
내가 바라는 세상-이기철.mp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