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밭 ~ 행복한가

가출한 아내에게 통장을!

갓바위 2019. 7. 21. 09:44
가출한 아내에게 통장을!


우리 부부는 어느 날 
진짜로 이혼신청서를 냈다
“10시에 법원 앞에서 만나” 나는 
겁주는 말을 남기고 출근을 했다
10시쯤 남편에게 법원에 
도착했다며 전화가 왔다
치맛자락 대신 전화기를 붙잡고 
다시 잘살아 보자 할 줄 알았는데..
민망한 나는 당분간 
여행을 다녀오겠노라 
가방을 싸서 집을 나왔다
바쁘게 일할 땐 갈 곳도 많더니 
막상 나오니 갈 데가 없다
서울 역 가는 길에 
남편에게 문자가 왔다
‘통장에 돈 넣어 놨으니 삼시 
세끼 밥은 굶지 말고 다니라’ 
여비자금을 찾기 위해 
은행을 찾은 나는 
그 자리에서 기절할 뻔했다
며칠 전 은행에서 마이너스 
통장 한도금액이 내 통장에 
들어와 있는 것이다
그것은 살고 있던 아파트를 
팔아야 갚을 수 있는 금액이었다
이 양반이 미쳤나? 
남편에게 전화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아주머니께서는 
그냥 쓰기만 하면 되십니다
이혼하면 내 이름으로 
대출한 돈은 내가 갚는 건데 
당신이 왜 걱정이고~ 
댕기는 동안 밥은 굶지 말고
 싸돌아 댕기라고요’ 
나간 지 하루를 못 넘기고 집에 
들어온 나에게 남편은 말했다
‘하늘의 별도 달도 따주고 싶은 
사랑하는 부인이 원하는 건데 
뭔들 못 들어 주노? 
이혼이 뭐 어렵나? 
그 간단한 것을~ 하하’ 
이후 마이너스 통장의 숫자는 
몇 년이나 우리 삶에 따라 다녔다
그것이 작전이었더라도 
우리가 함께 모은 전 재산을 
헤어질 부인의 안녕을 위해 
몽땅 내어준 사건! 감동이다
- 작가 송미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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