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담 야설 이야기

사화=아첨의 말도 당당해야 통한다

갓바위 2020. 11. 24. 12:04

 

중국 전국시대에 손꼽히던 책사 장의가

손님으로 초 나라에 머물고 있을 때의 일이다.

 

아무래도 왕의 태도가 서먹서먹하여 그다지 마음이 편치 않았다.

게다가 주머니 사정도 좋지 않아 하인들은 투덜 거리고 있는 실정이였다.

 

그래서 장의는 한 꾀을 생각해 내서 왕에게 알현을 청했다.

"이 나라에서 저는 그다지 쓸모가 없으므로 북쪽 위나라로 갈까 합니다"

 

"너 좋을 대로 하도록 하여라"

"그런데 위나라에서 바라시는 것은 없습니까?

그곳에서 보내 드리겠습니다"

 

"보석이든 황금이든 또는 상아든 우리 초나라에서는 없는 것이 없다.

특별해 위나라에서 바라는 것은 없어"

"그렇다면 페하께서는 그 길은 마음에 없으심니까?"

 

"그 길이라니?""예 중원의 여자들은 선녀들과 구분 못할 정도 입니다"

장의는 바로 이것이다 하고 역설했다.

 

당시 초나라는 남쪽의 후진국으로 문화가 앞선 위나라 등의

중원지역에 대해서는 일종의 열등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자 초왕은 귀가 솔깃해졌다.

 

"중원 여자들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는 들었으나 아직 본 적은 없지.

아무쪼록 부탁하네...." 왕은 군자금으로 주옥을 내 주었다.

 

그런데 이 소식을 듣고 마음이 편치 않은 사람은

왕후인 남후와 측실인 정수였다.

 

두 여자는 사람을 내세워 각각 많은 황금을 장의에게 보냈다.

작지만 말먹이 값이라도 하라는 구실이었지만.

말할것도 없이 미인 데려오는 일을 막으려 한 것이었다.

 

남후와 정수는 초의 귀인'이라고 << 전국책>>에

기록되어 있는 것과 같이 당시의 초나에서 권세를 떨치고 있었다.

 

장의는 이 두 사람으로 부터도 감쪽같이 황금이

나오도록 했는데, 이것은 아직 시초이다.

장의의 속셈은 더욱 깊은 데 있었다.

 

그는 마침내 떠나겠다고 하며 왕에게 하직 인사를 했다.

"이런 난세에서 왕래도 뜻대로 되지 않아

언제 다시 뵙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바라건데 이별주를 받고 싶습니다"

이리하여 송별연이 벌어지고 얼큰히 취했을 무렵 장의가 말했다.

 

"여기에 다른 사람은 없습니다.

총애하시는 두 분을 부르시어 함께 하심이 좋을 듯싶습니다"

 

그리하여 나온 두 여자를 보고 장의는 아! 하고

감탄하는 체 하며 왕 앞에 엎드려 아뢰었다.

"페하 신은 백번 죽어 마땅한 죄를 저질렀습니다"

 

"왜 그러는 건가?"

이리하여 장의의 사람 호리는 말이 시작 되었다.

 

"이처럼 아름다운 분이 계신데도 타국에서 미인을

데려 오겠다고 페하를 속였으니 백번죽어 마땅합니다."

 

자기의 사람에 대해 칭찬을 받은 왕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아무렴 나도 본래 천하에 이 두 여인을 능가하는 미인은 없다고 생각했었네"

 

남후와 정수도 흔해빠진 아첨하는 말 따위를

신물다도록 들었지만 장의의 말엔 기뻐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이리하여 장의는 초나라 궁정의 환심을 사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