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 어둠속 등불

구업의 과보

갓바위 2021. 2. 3. 11:51

 

옛날 석가모니 부처님 당시에도 바닷가에서는

오늘날처럼 그물과 발로 물고기를 잡아 생활을 하였습니다. 

 

어느 날 아침나절, 지난밤에 쳐놓은 그물을 챙기던 어떤 어부가 도저히 혼자서는

걷어 올릴 수가 없을 정도로 그물이 무거워 멀리 있는 마을사람들을 소리쳐 불렀습니다.

 

열 명이 넘는 마을 장정들이 힘을 모아 한 시간이 넘도록

사투를 벌여서야 겨우 그 그물을 뭍으로 끄집어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입니까? 

그물 안에는 난생 처음 보는 희한한 물고기가 한 마리 잡혀있었습니다.

 

 그 물고기는 열여덟 마리의 짐승들 머리를 단 커다란 악어모양의

흉칙한 형상을 하고 있었는데, 마을사람들은 아연실색하여

이것이 과연 마을에 흉조인지 길조인지 저마다 의견이 분분하였습니다.  

 

 이윽고 한나절이 되어 탁발을 나오신 부처님 일행에 대한 소문을 듣고, 

동네에서 가장 나이 지긋하신 노인 한 분이 정중히 석가모니부처님께 나아가

절한 다음 이상한 물고기에 대해서 여쭈었습니다.

 

 석가모니부처님은 노인의 요청을 받아들여 물고기가 잡혀있는 바닷가로 걸어오셨습니다. 

그리고 부처님의 신통력으로써 물고기로 하여금 사람같이 말을 할 수 있도록 하셨습니다. 

이에 부처님께서 물고기에게 질문을 하셨습니다.

 

너의 이름이 무엇이었는지 기억하느냐? 네, 세르바카입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물고기 몸을 하고 있느냐? 

사실 저는 옛날 연등부처님 당시의 잘사는 바라문 집안의 맏아들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워낙 유명한 논의제일이셨으며, 

저도 진리를 놓고 논의를 잘하여 언제나 으쓱대곤 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부처님 제자들과 논의를 펴다가 그만 말문이 막혀서 망신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분한 마음을 이기지 못해 어머니께 이실직고를 하였더니, 

어머니께서는 말문이 막히걸랑 욕설이라도 퍼 부어서 이기도록 하라고 부추 켜셨습니다. 

 

그래서 스님들과 논의할 때 말문이 막히게 되면 '소대가리 같은 스님' '양 대가리 같은 스님' 

 '말대가리 같은 스님' '뱀대가리 같은 스님'  등등의 모진 말로써 욕설을 하였습니다. 

 

그러면 스님들은 대부분 인과를 무서워하여 더 이상 대꾸를 하지 않고

포기해버렸기 때문에 번번이 제가 이긴 것으로 주위의 인정을 받곤 하였습니다. 

 

그것이 재미있고 신이 나서 저는 더욱 스님들에게 욕설하기를 즐겨했습니다. 

그리하여 이렇게 열여덟 마리 짐승의 머리를 단 물고기로 태어나게 되었답니다. 

 

그럼 너의 어머니는 지금 어디 계시는 줄 아느냐? 

예, 지금 발설지옥에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너는 지금 물고기 몸을 마치고 나면 어디에 서 다시 태어날 것도 아느냐? 

예, 이번 생으로 축생의 과보를 마친 다음엔 분명히 지옥에 가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대답을 마친 여러 짐승머리의 흉측한 물고기는

부처님 앞에서 하염없이 구슬프게 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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