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성어

파경ㅣ破鏡

갓바위 2022. 12. 31. 09:01

파경ㅣ破鏡

 

○ 깨어진 거울, 이지러진 달

○ 破(깨뜨릴 파) 鏡(거울 경)

 

깨어진 거울, 이지러진 달을 비유(比喩ㆍ譬喩)하는 말,

부부(夫婦)의 금실이 좋지 않아 이혼(離婚)하게 되는 일

 

당(唐)나라 맹계(孟棨)가 지은 《본사시(本事詩)》

〈정감(情感)> 편에 나오는 말이다.

 

남조(南朝)의 마지막 황태자 진(陳) 때에

시종 서덕언(徐德言)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태자의 누이 낙창공주(樂昌公主)를

아내로 맞았고 두 사람은 매우 금슬이 좋았다.

 

정국이 악화되고 수(隋)나라가 쳐들어오려 하자 서덕언은 아내에게 말했다.

"그대의 재주와 용모가 뛰어나니 나라를 빼앗기면 분명 적국에 끌려가

권세가에 보내질 것이고 우린 이대로 영영 헤어지겠지요.

 

하지만 우리의 인연은 끊어지지 않을 것이니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오.

" 이내 거울을 쪼개 한쪽은 자신이 갖고 나머지 반쪽을 아내에게 건네며 말했다. "

 

훗날 정월 보름날이 되면 이걸 시장에 파시오.

내가 그때까지 살아 있으면 이걸 가지고 당신을 찾아 갈 것이오.'

이렇게 부부는 헤어졌고 진나라는 멸망하였다.

 

아내는 과연 수나라 장군인 양소(楊素)의 집에 보내졌고 몹시 총애를 받았다.

서덕언은 이리저리 떠돌며 고생하다 겨우 장안에 이르렀고

마침 정월 보름날이 되어 시장을 찾아갔다.

 

시장을 서성거리다 어떤 이가 반쪽 거울을 팔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는데

꼭 아내와 나눠 가졌던 그 거울 같았다.

자신이 갖고 있던 반쪽을 꺼내 맞춰 보니 아내에게 주었던 그 거울이 맞았다.

 

서덕언은 곧장 아내를 찾아가고 싶었으나 차마 그러지 못하고

그저 눈물을 흘리며 거울 뒷면에 시를 적어 돌려보냈다.

 

거울은 사람과 함께 갔는데, 거울만 돌아오고 사람은 아니 왔네.

항아의 그림자는 다시 없고, 달빛만 그저 머무는구나.

(鏡與人俱去, 鏡歸人不歸. 無複嫦娥影, 空留明月輝.)

 

거울을 돌려받은 아내는 뒷면의 시를 보고 눈물을 흘리며 식음을 전폐하였다.

이 사실을 안 양소는 부부의 이야기에 감동하여 서덕언에게

그 아내를 돌려주고 후히 대접하고 보내주었다.

 

파경은 본래 이 고사에서처럼 원래 남녀가 헤어졌다 다시 만나는 것을

의미하는 말로 파경중원(破鏡重圓), 반경중원(半鏡重圓),

반경환원(半鏡還圓), 파경중합(破鏡重合), 경파(鏡破)라고도 한다.

 

후에는 남녀가 헤이지는 것을 의미하는 말로 더 많이 사용되었고,

이별할 때 나누어 가진 거울이 부인이 배반하자 까치로 변했다는

이야기의 경화작비(鏡化鵲飛)와 같은 의미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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