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과 살생
세상 사람들은 고기를 먹으면서 당연한 것처럼 말한다.
살생을 자행하며 한없이 인과의 악업을 쌓고 있다.
이것이 누습 되어 스스로 업인지 깨닫지 못한다.
옛 사람이 말하길, 이는 통곡하며 탄식할 일이다.
그 미망집착을 헤아려보니 대략 일곱 가지다.
첫째는 생일날 살생해선 안 된다.
어버이 날 나시고 고생하여 기르셨다.
내 몸이 세상에 태어난 날, 어버이가 죽음과 마주하며 큰 고난을 겪던 날이다.
이 날이야말로 마땅히 살생을 금하고 계를 지켜, 보시와 선행을 널리 베풀어라.
만약 부모가 돌아가셨다면 하루 빨리 극락왕생하도록 천도해 드려야 하고,
살아계신다면 복(福)되고 무병장수하도록 해야 한다.
이래야 마땅한데, 어떻게 어버이의 큰 난을 짧은 순간 망각하고, 생령을
살해 하며, 위로는 부모에게 누를 끼치고 아래로는 자기에게 큰 업이 되고 있다.
그러나 대대로 습이 되어 그 잘못을 느끼지 못하니, 크게 통탄하는 그 첫째다.
둘째는 자식을 낳았을 때 살생을 말아야 한다.
모두들 자식이 없으면 슬퍼하고, 있으면 기뻐한다.
그러나 모든 동물도 역시 새끼를 사랑한다는 점을 생각지 않는다.
내 자식의 탄생을 경축하기 위하여 남의 자식을 죽인다면 마음이 편안할까?
갓난아이가 세상에 태어나자 복을 쌓지 아니하고 살생의 죄업부터
짓는다면 어리석은 짓이다. 이는 온 세상이 살생의 관습에 젖어
그 잘못을 느끼지 못하니, 이것이 비탄하는 바 그 둘째다.
셋째는 선영의 제사에 살생을 말아야 한다.
돌아가신 이의 제삿날이나, 춘추 선산의 시제에 당연히 살생을 금해 돌아가신
이의 명복을 빌어야 한다. 살생하여 제사 지내면, 덧없이 죄업만 쌓이게 된다.
산해진미를 차려놓아도 어찌 구천에 계신 유골들이 그를 먹겠는가?
다만 무익하고 해만 될 뿐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조상을 위해 삼가해야 할 일이다.
제의 관습이 잘못됐는데 그것을 깨닫지 못하니, 비탄 할 바 그 셋째다.
넷째는 혼례 시에 살생하지 말아야 한다.
세간 혼례 시 그 예식이 끝날 때까지
얼마나 많은 생명을 살생하는 지 알 수 없다.
결혼이란 곧 생명이 태어나는 시작인데,
이 시기에 살생을 한다는 것은 이치에 거슬린다.
혼례는 길레(吉禮)다.
이때 산 생명을 해치는 것을 한다는 것은 비참한 일이다.
이러한 것이 세상에 관습이 되어 그 잘못을 깨닫지 못하니,
가히 통곡하는 바 그 넷째다.
다섯째, 사람을 초대하여 잔치를 할 때 살생을 말아야 한다.
손님을 맞이한 좋은 날, 아름다운 풍경에 마주 앉아,
채소 반찬, 채소국으로 대접한다면 고상한 품위를 해칠 리 없다.
굳이 피 비린내 나는 고기 맛을 보아야만 할 필요가 있겠는가.
가무에 곁들여 배불리 먹고 마시는데, 짐승을 죽이는 원한의 절규를 듣는다니
참으로 한탄스럽고, 사람으로 어찌 슬프지 않을 수 있으랴! 이러한 일이
세상에 관습이 되어, 잘못을 깨닫지 못하니 크게 비탄할 바 그 다섯째다.
여섯째, 기도를 올릴 때 살생하지 말아야 한다.
세상 사람들이 병에 걸리면, 살생하여 신에게 제사지내며 복을
내려 달라 빈다. 제사를 지낸다는 것은 죽음을 면하고 살게 해 달라는
것인 데, 다른 생명을 죽여 자기 목숨 연장시키고자 함은 하늘에 어긋난다.
이보다 더한 일이 또 어디 있을까!
정직한 것이 (神)인데, 신(神)이 어찌 자기만을 위한 것인가.
명도 연장되지 않고 살생의 죄업만 남게 된다.
모든 사이비 종교들의 제사법이 모두 이러하다.
세상에 관습이 되어, 잘못을 깨닫지 못하니 크게 비탄할 바 그 여섯째다.
일곱째, 생업을 위해서라도 살생해서는 안 된다.
세상엔 혹 생업으로 사냥하거나, 고기잡이를 하고, 또 축생을 죽이는 수가 있다.
그러나 이 살생을 업으로 하지 않아도, 입거나 먹고, 죽지 않는데 하필이면
살생을 생업으로 할까! 살생을 업으로 하면 신명이 원치 않는 바,
살생으로 번영한 사람은 하나도 없다.
깊은 지옥의 인연을 지어 내생에 악업을 받으니, 이보다 심한 고통이 없다.
왜 다른 생업 다 놓아두고 오직 살생을 업으로 하다니,
이 또한 세상에 내려오는 관습으로 그 잘못을 모르니, 비통할 바의 그 일곱째다.
-연지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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