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와 불살생
천지의 큰 덕(德)은 만물을 낳아 기르는 생명력이고,
여래의 큰 도(道)는 중생을 불쌍히 여겨 제도하는 자비심(慈悲心)이지요.
사람과 만물이 비록 모습은 다를지라도 심성은 한 가지라오.
무릇 보살·벽지불·성문의 성현 삼승(三乘)과 천상·인간·아수라·축생·아귀·
지옥의 평범한 육도 중생은 여래가 보기에는 누구나 똑같은 한 자식에 불과하오.
옛날 불교가 동방에 전래되지 않았을 때는
유교의 성현들이 세간의 윤리 도덕으로 교화를 폈다오.
그래서 우리 중생이 모두 불성(佛性)을 갖추고 있으면서 육도 윤회를
반복하는 사실이나, 미혹을 끊어 진리를 증득하고 평범을 초월하여
성현이 되는 수행의 이치 등은 아직 뚜렷이 알려지지 않았기에
살생을 금지하는 계율까지 세우지는 않았소.
그렇지만 우리 중국의 옛 성현들도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으로 만물을 사랑하고 생명을 놓아준 가르침이 수없이 많다오.
아주 확실하게 역사기록으로 후세에 전해지는 행적만도 적지 않소.
서경(書經)에는 짐승, 물고기, 초목까지 모두 기뻐 춤추었다는
기록이 있고 문왕(文王)의 덕택은 해골까지 덮어주었다고 전해지오.
다행히 불교가 전래된 이후, 모든 중생이 불성을 지니고 있는데
이를 모르면 생사윤회가 그칠 날 없고 이를 깨달으면 열반을 증득하여
영겁토록 상주한다는 진실한 원리와 사실이 철저하게 밝혀졌소.
그래서 고물고물한 모든 중생이 과거에 우리 부모였고
미래에 부처가 될 것임을 알게 되었지요. 그러니 감히 잡아먹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그들 모두가 각자 자기 자리를 얻도록 해주어야 마땅하지요.
아니나 다를까. 역대로 거룩한 임금과 현명한 신하,
지혜로운 선비와 뛰어난 유생들은 대부분 부처님의 가르침을
높이 받들어 따르면서 인자한 덕성을 함양하였소.
더러는 육식을 끊고 채식을 하며 더러는 살생을 금하고 방생을 널리 행하였소.
그토록 훌륭한 덕행과 아름다운 말씀들이 역사책에 수없이 실려
전해지는 것은 후세 사람들도 이들을 본받아 함께 자비심을
수양하고 만생명을 사랑하도록 권장하는 가르침이 아니겠소?
우리가 죽기 싫어하는 마음을 미루어 짐작하여 지금 잡혀 요리되기를
기다리는 목숨들을 건져준다면 숙세의 업장을 덜어 내고 착한 복덕의
뿌리를 심어서 기를 수 있으며, 나아가 살해의 원인을 영원히
끊어버려 함께 무궁토록 장수하는 과보를 얻을 수 있으리이다.
-인광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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