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불교 교리 강좌

배의 움직임에 뭄을 맡긴다

갓바위 2023. 8. 19. 09:08

 

배의 움직임에 뭄을 맡긴다

 

바다가 보이는 방 안에 앉아서 4명의 선승이 환담을 나누고 있었다.

그 가운데 가장 덕방이 높은 선승이 말했다.

"누군가 저 배를 멈추어보아라."

 

한 선승이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눈을 감았다.

눈을 감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물론 배도 보이지 않는다.

"훌륭한 답이다."

 

문제를 낸 선승이 눈을 감은 사람을 칭찬했다.

또 한 선승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창문을 닫았다.

배가 보이지 않게 한 것이다. 보이지 않게 된 배는 움직일 턱이 없었다.

 

"그것도 참 좋은 답이다."

그런데 남은 선승은 아무 말도 없이 그냥 가만히 자리에 앉아 있기만 했다.

"자네는 왜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가?'

 

"저는 아까부터 제 마음을 저 배의 움직임에 맞추어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배가 물결을 따라 올라가면 자기도 올라가고, 배가 배려가면

따라서 내려간다. 배와 자기를 하나로 만들어 놓는 것이다.

 

그러면 배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문제를 낸 선승은 그의 대답이 가장 좋다고 평했다.

젊었을 때 나는 로스엔젤레스에서 배를 타고 일본의 요코하마에 간적이 있다.

 

꼬박 2주일이 걸리는데 호놀룰루가 그 중간 지점이었다.

그런데 뱃멀미가 심한 나는 1주일 내내 고통 속에서 보냈다.

그 때 나를 딱하게 여긴 항해사가 이런 충고를 해주었다.

 

"배가 흔들릴 때에는 배의 움직임과 똑같이

자기 몸을 움직이면 배의 흔들림을 덜 느끼게 된다."

그 말을 따라 하니 과연 그 뒤로는 전혀 뱃멀미를 하지 않게 되었다.

세상살이도 이와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나의 선어 99 홍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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