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을 경책하는 여덟 가지 조목
경중팔조(警衆八條)
1. 출가할 때 어질지 못하고 의롭지 못하고 버릇없고 지혜롭지 못한 일에
대해서는, 설사 남들이 하라고 끌어들여도 저는 스스로 부끄럽게
여기면서 터럭 끝만큼도 절대 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2. 저는 출가한 뒤 사방 곳곳을 두루 참방하였는데, 당시 평융(平融)선사가
크게 명망을 떨쳤으므로 서울(京師)까지 찾아가 가르침을 청했더니,
법사께서 말씀하기를, "그대는 본분을 잘 지키고 명예를 탐하거나 이익을
쫓아다니지 말며, 또한 바깥 사물의 인연에 끌리어 한눈 팔지도 말게나
오직 인과 법칙을 분명히 알고 한마음으로 염불을 하게나." 하였으므로,
저는 지금까지 그 가르침을 확실하게 준수해 오고 있으며,
일찍이 내팽개치거나 잊어 본 적이 없습니다.
3. 저는 사방의 승가 대중을 공경하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상대방이 무릎을 꿇기전에 제가 먼저 무릎을 꿇었고,
상대방이 절을 하기전에 제가 먼저 절을 하곤 했으며,
절대로 남을 업신여기거나 깔보지 않았습니다.
4. 도에 들어가는 중요한 문으로는 믿음(信)이 첫째입니다.
그 중에서도 '사람 목숨은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사이에 있다'는 세존의 설법을
잠시도 잊지 않고 굳게 믿으면서 염불법문에 정진해야 합니다.
5. 새로 공부하는 후학 스님들은 염불 공부는 마음을 잘 다잡을 수 없다고
투덜대는데, 한량없는 겁 동안 심어 온 생사의 뿌리가 그렇게 금방
끊어질 수 있겠습니까? 오직 '나무아미타불' 명호만 부지런히
염송하면 모르는 결에 잡념은 저절로 없어지도록 되어 있습니다.
6. 칭명염불(稱名念佛)의 방법에는 소리를 내어 염불하거나,
마음속으로만 염하거나, 입술만 움직이는 염불이 있지만, 어느 것이든 때와
장소에 따라 알맞게 하면 반드시 '나무아미타불' 하는 명호가 한 구절
한 구절씩, 또렷이 입에서 나와 귀로 들어가면서 소리 소리마다
절절히 자기 마음을 불러 일깨워야 합니다.
7. 요즘 사람들이 염불하려 들지 않는 것은 서방정토를 얕잡아 보기 때문인데,
서방정토왕생이 바로 가장 큰 덕과 복과 지혜를 두루 갖춘 위대한 성현만이
가능한 일인 줄 알아야 할 것입니다.
8. 저도 어렸을 적에는 염불할 줄 몰랐습니다.
그런데 이웃집 할머니가 매일 꼬박꼬박 수천 번씩 염불하는 것을 보고서,
왜 그렇게 하는지 이유를 물었더니, 할머니가 대답하기를,
"전에 남편이 돌아가실 때 염불을 하셨는데,
아주 편안하게 잘가셔서 나도 이렇게 염불을 한다오.
남편이 돌아가실 때는 아무런 아픈 데도 없고 단지 사람을
한 번 불러보더니 작별하였다오" 라고 하셨습니다.
하물며 부처님의 제자로서 어떻게 염불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이것이 대중을 경책하는 여덟 가지 조목이다.
-운서주굉 연지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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