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불교 교리 강좌

거리낌 없는 관세음보살님 원력

갓바위 2023. 10. 14. 09:27

 

거리낌 없는 관세음보살님 원력

길상사는 법정 스님이 개산開山법회에서 다짐하신 대로 불교신자들만을 위한

절이 아니다. 누구나 부담 없이 드나들면서 마음 평안과 지혜를 나눌 수

있는 소담스런 공원이자, 오솔길이며, 마음 쉼터요, 기도처다.

 

1999년 12월 중순, 길상사에서는 색다를 플래카드를 길 앞에 내걸었다.

'아기 예수님 탄생을 축하합니다.'

종교끼리 서로 마음으로 품고 웃음으로 보듬어 안는데 무슨 다툼이 있으랴.

 

단출한 일주문을 들어서서 오른쪽으로 오르면 설법전 앞에 가녀린 보살님

한 분이 서 계신다. 카톨릭 신자인 최종태 씨가 조각했기 때문에

성모 마리아 같다고 오해를 사는 관세음보살님이다.

 

"실로 미륵반가사유상처럼 온전히 인간실존 진정을 평화로운 모습으로

구현한 예술품을 본 일은 일찍이 없습니다.

그것은 지상에 있는 모든 시간과 어떠한 형태 속박을 넘어서 도달한 가장

청정하고, 가장 원만하며, 가장 영원한 사람 모습을 상징한다고 생각합니다."

미륵반가사유상을 본 독일 철학자 칼 야스퍼스가 남긴 감탄사이다.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낸 최순우 씨는 미륵반가사유상을 이렇게 느낀다.

"미륵반가사유상'과 로댕이 조각한 '생각하는 사람'은 똑같이

생각하는 모습입니다. 그렇지만 둘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미륵반가사유상 앞에 서면 저절로 고요한 평안과 미소가 우리 안에 저며 듭니다.

 

그러나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에는 그러한 고요와 평안과 미소가 없습니다.

그저 무거운 고요가 감돌 뿐입니다. 미륵반가사유상에는 어디에도

거리낌이 없는 아름다움, 무애貿碍 미美가 깃들어 있는데, 생각하는

사람에는 이 아름다움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미륵반가사유상이 지닌 아름다움에 대한 법정 스님 말씀

조각가 최종태 시는 평소 조각 완성을 관음상이라고 여겨 관음상을

조성하려고 이곳저곳 인연이 닿는 곳을 수소문하다가 법정 스님이 길상사를

열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같은 키톨릭 신자이자 "맑고 향기롭게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 정채봉 씨에게 자기 소망을 전한다.

 

최종태 씨를 만난 법정 스님은 걸림 없이 무애 지재한 미륵반가사유상

느낌을 살려 관세음보살상을 조성해달라고 말씀하신다.

길상사 불자가 보시한 돌 속에 숨은 관세음보살님이 이 세상에 빛을 드러냈다.

 

"이 관세음보살상은 길상사 뜻과 만든 이 예술혼이 시절인연을 만나

이 도량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이 모습을 보는 이마다 대자대비한

관세음보살원력으로 이 세상 온갖 고통과 재난에서 벗어나지이다."

불교와 카톨릭이 만나 빚은 이 섬세하고 오묘한 관세음보살상은 담백하고

말간 길상사 분위기를 한껏 잘 드러내고 있다. 그래서일까 이관세음보살님께는

수녀님들이 삼삼오오 찾아와 담소를 나누고 두 손을 모아 합장을 하고 예를 올리곤

한다. 어쩌면 보살님은 '나는 누구인가?' 하는 화두를 들고 계실지도 모른다.

"누구도 자신을 믿는 종교만 받들고 다를 종교를 비난하거나 저주해서는 안 된다.

다른 종교도 존중해야 한다.다른 종교에도 도움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기 종교 무덤을 파는 길이며, 다른 종교에 해를 끼치는 일이다.

 

화합을 위해서 다른 종교 가르침이다. 교의에도 기꺼이 마음을 열고

귀 기울여라."고 말한 기원전 2세기경 불교 중흥에 앞장섰던 걸출한

영웅 인도 아소카Asoka 대왕이 뿌린 우담바라 홀씨가 수천 년

세월을 뛰어넘어, 성북동에서 작은 꽃을 피우고 있다.

이 우담바라 꽃이 만개해서 세상에 두루 퍼지는 날,

설법전 앞에 서계신 관세음보살님이 품은 화두가 활짝 열리는 날이다.

*개산開山 산이 열린다는 말로 새로운

청품을 세운 큰 스님 원력을 담아 세운 창건을 뜻한다.

법정 스님 숨결 변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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