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터의 교훈
서울에서만 살다가 이 곳 경주캠퍼스에 부임한지 어느덧 1년이 지났다.
작년 이맘 때 아직 연구실을 배정 받지 못했던 필자는 강의가 없는
시간을 이용하여 버스를 타고 혼자 첨성대와 석굴암 등을 돌아본 적이 있다.
그 전에도 몇 번 경주에 와 보긴 했으나, 국보급 문화재들의 실재를 확인한 후,
그 방문의 증거를 남기기 위해 그 앞에서 기념촬영하는 소위 관광여행으로
그쳤을 뿐이었다. 그런데 작년 봄 빈 시간을 때우기 위해 이루어진 하루 동안의
나들이에서 필자는 경주의 문화재 하나하나와 그 문화재를 만들어낸
신라인의 후손들의 모습들을 찬찬히 살펴 볼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그 때 필자에게는 세 가지 점이 무척 신기하게 느껴졌다.
첫째는 첨성대와 석굴암, 또 감은사 석탑 등이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그 규모가 크다는 점이었고,
둘째는 버스를 타고 내리는 필자의 발걸음이 다른 사람보다 무척 빠르다는
점이었으며, 셋째는 경주 시내를 바라볼 때 다른 도시와 달리 시야의
많은 부분을 텅 빈 하늘이 차지한다는 점이었다.
빈곳을 가만 놔두질 못하고, 조급성이 몸에 밴 서울 산(産) 속물이었던
필자에게 '크고', '여유 있고', '비어 있는' 경주의 모습은 잔잔한 충격이었다.
첨성대, 오릉, 분황사와 같은 문화재는 그주변이 비어있어야 그 진가가 드러난다.
그러나 지금 우리 국토에서 빈 공간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국립공원이나 문화유적 주변의 빈터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지원하에 각종 관광시설들이 들어선다.
그래야 다수의 국민들이 여가를 즐기며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 되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관광과 오락을 문화와 혼동한다.
전통문화의 중요성을 말할 때에도 대부분 그 목적은 관광객을 끌어 들여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이다. 몇 년 전 고속도로의 열풍이 비껴간
경주에, 얼마 전에는 경마장의 광풍이 스치고 지나갔다.
고요했던 고도(古都0 이곳 경주에 앞으로 또어떤 바람이 휘몰아칠지 알수가 없다.
설혹 '빠름'의 대명사인 고속철도가 경주를 가로질러 상권이 부흥되고 '빈터'에 경
마장을 세워 관광객 수가 급증한다고 해도 그 이익의 대부분은 결국 '속 좁고'
'발 빠른' 외지인들의 몫이 될 것이다. 제주도가 그랬고, 강원도 정선이 그렇듯이.
김성철 교수의 불교하는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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