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불교 교리 강좌

흠잡는 마음을 위한 치료약

갓바위 2024. 6. 19. 20:25

 

 

흠잡는 마음을 위한 치료약

제가 처음으로 절을 짓기 시작할 때 일입니다. 그때 우리는 절을 세우기

위한 땅을 사는 데 돈을 다 써서 일꾼들을 부를 형편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집 짓는 방법을 처음부터 하나씩 배워가면서 지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선 저는 집을 짓는데 필요한 다양한 도구들을 사용하는 방법부터 배웠습니다.

땅을 고르고, 목재를 크기에 따라서 자르고, 대패지질을 하고, 거친 사포와

고운 사포를 적절하게 사용하고, 지붕을 만들고. 시멘트를 바르고, 벽돌 공사를

하는 법까지, 절을 짓는 데 필요한 모든 일들을 손수 해야만 했습니다.

 

그때는 모든 일이 처음 해보는 것이라서 일할 때마다 여러 가지 실수를 저질렀

습니다.저는 절을 다 짓고 난 후에는 직접 벽돌담을 쌓아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 일이 보기에는 쉬워 보일지 몰라도 막상해보니 여간까다로운 게 아니었습니다

 

일단 시멘트를 넣고 그 위에 벽돌을 놓아서 차고차곡 쌓아야 했습니다.

수평을 맞추는 일도 어려웠습니다. 벽돌을 수평과 수직으로 바르게 쌓아 올린

다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 줄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저는 시간당 보수를 받는 것도 아니고 하니까 천천히 잘 완성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차곡차곡 벽돌을 쌓아올려서 열흘이 지나자 벽돌담이 완성되어갔습니다.

그런데 몇 발자국 떨어져서 벽을 바라본 순간, 눈에 거슬리는 것이 있었습니다.

다른 벽돌들은 모두 괜찮은데, 벽돌 두 장이 삐뚤어져서 툭 취어나온 것이

보였습니다. 그 벽돌 두 장이 마음을 혼란스럽게 했습니다.

 

그 벽돌 두 장이 전체 벽을 망쳐놓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시멘트를 긁어내서 다시 벽돌을 제자리에 넣어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시멘트가 이미 딱딱하게 굳어버려서 벽 전체를 부수지 않고는 바르게

넣을 방법이 없었습니다. 돈도 부족한데 벽 전체를 쌓아야 될지도 몰라습니다.

 

그때 저는 같이 일하던 스님에게 벽을 폭파시키고자 제안했습니다.

제가 쌓은 벽돌담이 너무나 창피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스님이 안 된다며 벽을 그냥 두자고 했습니다.

저는 손님들이 찾아와서 이 벽돌담을 바라볼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심지어 밤에는 악몽까지 꾸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절의 안내자가 되기로 한 것이었습니다.

아침마다 손님들이 찾아오면 안내자가 되어서

벽돌담 쪽으로 발길을 돌리지 못하게 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흘러서 석 달이 지나는 동안

저는 벽돌담으로 인해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절에 찾아온 손님이 그 벽돌담을 보고야 말았습니다.

그는 벽을 보고 감탄하고 있었습니다.

 

"스님, 참 아름다운 벽입니다."

저는 너무 놀랐습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시력이 나쁜 남자인가 보구나.

차에 안경을 두고 와서 앞이 잘 보이지 않나보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에게 실토했습니다.

 

"여기 이 두 장의 삐뚤어진 벽돌이 안 보이십니까? "

그는 저를 쳐다보고 다시 말했습니다.

"물론 두 장의 삐뚤어진 벽돌이 보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삐뚤어진 두 장의 벽돌과 함께 구배구십팔 개의 아름다운 별돌도 보입니다."

 

그때 저는 석 달 만에 처음으로 두 장의 삐뚤어진 벽돌 말고도,

구백구십팔 개의 벽돌을 볼 수 있었습니다. 눈에 들어오지 않던

구백구십팔 개의 벽돌이었습니다. 그가 한 말 한마디에

벽돌담에 대한 저의 모든 생각이 송두리째 바뀌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전까지 제 눈은 언제나 두 장의 잘못된 벽돌만 쳐다보였습니다.

그리고 두 장의 벽돌이 수시로 저를 화나게 하면서 마음속을 뚫어놓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사실 눈이 나빴던 것은 다름 아닌 바로 제 자신이었습니다.

 

그 손님이 나머지 구백구십팔 개의 벽돌에 대해 이야기하자

"와, 이거 정말 아름다움 벽이구나"라고 저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석달만에 벽돌담을 폭파하고 싶은 마음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벽돌 두 장이 잘못된 것이란 생각도 들지 않았습니다.

 

똑같은 이유로 사람들은 자살로 자기 자신의 인생을 폭파해버리고 싶어 합니다.

인생에 일어났던 딱 두 가지의 나쁜 일, 그것만을 바라보고

그것에만 초점 맞추다보니 다른 것들을 아무것도 볼 수 없는 것입니다.

그것 때문에 인생의 다른 멋지고 아름다운 일들을 볼 수 없은 것입니다.

 

살면서 볼 수 있는 것이 삐뚤어진 벽돌 두 장밖에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살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오늘 들은 제 경험담을 주위 사람들에게

퍼트려 주십시오. 신문사나 방송사에 알려도 좋습니다.

저는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이 이야기를 했습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좋은 점을 바라보고 자살 충동을 느끼는

사람들한테 방지 효과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잘 들어보면,

다른 사람들의 실수에 대해 비판하고 흠잡는 행동을 자제할 수 있습니다.

 

부모님이 밥상을 차려줄 때나, 학교에서 급식을 먹을 때 밥그릇에 형편없는 음식

이 나오더라도, 혹은 여러분의 실수로 인해서 크게 실망하는 일이 생기더라도, 바로

그것이 여러분의 스승입니다. 그런 것들을 잘 살피고 바라보고 귀담아들으십시오.

 

제 스승인 아잔 차 스님께서는 하루 종일 신도, 수행자, 학생, 농부, 목수,

정치인, 의사 같은 손님들에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그들은 아잔 차 스님께 축복을 해달라고 하기도 하고, 충고를 듣기도 하고, 질문하

고 도전하고 비난하는 수많은 문제들을 가져와서 해결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스님께서는 그렇게 발길이 끊이지 않게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언젠가 스님께선 이런 말씀을 했습니다.

"다른 어떤 수행 못지않게 손님들을 맞으면서 법에 대해서 많은 것을 배웁니다."

 

저도 요즈음 아잔 차 스님의 이 말씀에 깊이 공감합니다.

여러분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법에 대해서 가장 맣이 배웁니다.

오늘 법문은 여기까지입니다. 제 이야기는 여러분의 귀를 통해 들어가 마음에

기록되었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여러분은 시간이 아까울 것입니다.

 

지금 법문을 기록하는 녹음기가 제 앞에서 돌아가고 있는데 이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여러분 마음속의 기억 장치입니다.

여기 돌아가고 있는 녹음 기계는 고장날 수도 있지만, 여러분 마음 속에

들어갔다면 그것은 영원할 것입니다. 더욱이 건전지를 살 필요까지 없습니다.

슬프고 웃긴 사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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