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밭 ~ 행복한가

자식에게 제일 서운할 때가 언제인가요?

갓바위 2024. 6. 26. 07:38

 

 

자식에게 제일 서운할 때가 언제인가요?

 

며칠 전 지하철에서 나란히 앉게 된 나이 지긋한 한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자식에게 서운할 때가 언제나는 물음에 어머니의 대답이 예사롭지 않았죠. 

“엄마 그 얘기 했잖아. 한 번만 더 들으면 백 번이야."

 

나이가 들면서 기억력이 가물가물해지는데 그걸 딸이 아픈 말로 꼭 짚어

지적할 때 그렇게 속이 상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어머니의 섭섭함이 의외로

아주 사소한 일이라 놀랐습니다. 평범한 대화 속에서도 어머니는 상처를 받고

계셨나 봅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끝을 흐렸습니다.

 

"그러게요. 그냥 모르는 척 듣다가 나중에 애교 떨면서 "우리 엄마 또 얘기하네.

하고 부드럽게 말해주면 참 좋을 텐데...“ "자식이 그러면 무안하고 서글프죠.

내가 정말 늙었구나 싶고.“ 나는 그 어머니에게 다시 말을 건넸다.

"따님에게 속 시원히 말하지 그러셨어요."

"그래서 딸에게 서운했다고 전했어요. 이제는 그런 말은 안 해요."

 

나는 어머니들이 자신의 감정을 잘 전달했으면 합니다. 사실 엄마가 되면 자식

앞에서 속내를 드러내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자신을 무안하게 하거나

깎아내린 것이 서운했다고 표현한다면 자식들도 깨닫는 바가 클 것입니다.

 

우리는 엄마의 감정을 너무 생각하지 않는 편입니다. 편하고 만만하게

생각해서 쉽게 짜증내고 독한 말을 퍼붓죠.

칭찬보다는 험담과 공명을 더 많이 하지는 않았는지 한번 스스로를 돌아봅시다.

 

친구, 연인 사이에서는 '미안하다' 먼저 사과하고 격려를 아끼지 않으면서 유독

엄마 앞에서는 입이 떼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가정 안에서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고맙다고 인사하는 문화를 확실하게

만든다면 수많은 세월의 가슴앓이와 서먹함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위로를 주는 김소월의 시 구절처럼.

 

"우리는 얼마나 많은 세월을 쓸데없이 괴로움으로만 보내었겠습니까."

살아가는 일은 힘듭니다. 힘들 때마다 우리는 얼마나 바랄까요.

누군가의 따뜻한 어깨가 곁에 있어주기를 말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돈과 시간에 얽매여 인간적인 사람살이는 뒷전으로 미룰 때가

많습니다. 정작 중요한 게 뭔지 생각 못하고 세월만 흘려보내기 일쑤입니다.

 

그동안 엄마에게 받은 격려와 칭찬을, 이제는 늙고 약해지는 엄마에게

되돌려드릴 때 입니다. 엄마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기.

그러다 보면 칭찬의 기쁨은 고스란히 자신에게 돌아올 것입니다.

 

누구나 자신의 행동과 노력에 대한 인정과 보상을 원합니다.

그것이 본성이며 엄마도 똑같죠. "역시 엄마밖에 없어."

"엄마가 해주는 집밥이 최고 맛있어." "엄마, 걱정 마, 내가 있잖아."

 

누군가 좋은 일을 하거든 서슴없이 그것을 인정하고 칭찬합시다.

그런 따뜻한 말을 해주는 사람들이 많아질 때 세상도 변할 것입니다.

애정이 담긴 격려의 말 한마디는 절망한 이를 살려냅니다.

 

다시 살아갈 힘을 줍니다. 어둡고 비 내리는 구질 맞은 세상 위로

태양이 떠오르는 일처럼 놀랍고 기쁩니다. 표현하지 않는 고마움은

고마워하는 마음이 아니며, 표현하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니까요.

 

출처 행복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