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슬픔 ~찡한글

가족 보고서

갓바위 2025. 10. 28. 11:18

 

 

가족 보고서

 

“울엄마 아버지 지금 어디쯤 오고 있노?“

“둘째 형이 하도 보채서 거기부터 갔다가 갈라꼬”

“엄만 뭔 소리고.... 우리 집부터 와야지“

 

” 순서대로 갈테이까네 보채지 마라

너거 아버지 옆에서 운전 하는데 헷갈린다,“

그림자조차 쫓아가는 게 숨이 차게 노부부는 도대체 지금 어디로 가는 걸까요

 

”어머니 아버지요 오신다고 욕봤심더..”

자식들에겐 첫눈처럼 기다려지는 사람이 부모라는 듯 문을 열고

들어오는 행복을 본 것처럼 반겨주는 자식들이 있어 감사하다는 노부부는

 

자식 사랑에 이유가 어딨냐며 시간마저 해결하지

못한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이렇게 달래고 있었습니다

자식 키우며 부대끼며 살아온 날들 중에 소중하지 않은

날들이 없었기에 그저 마주하는 오늘이 행복이라 말하는 노부부는

 

농사지은 것들을 차에 싣고 이렇게 자식 있은 곳을 찾아 팔도를

다니는 게 기쁨이라 말하더니 시들은 꽃 같은 내 아들에게

시집와 줘서 고맙다며 며느리의 손을 잡아 봅니다

 

하루 ... 이틀만 되면 다른 자식 집으로 길을 나선다는 노부부는

코딱지만 한 땅이지만 금싸라기처럼 등짝 태워 가며

살아온 세월에 대한 보상치곤 밑지는 장사는 아닌 것 같다며

자식들 사는 모습을 보며 흐뭇한 미소로 끝인사를 하고는 다시 길을 나서는

 

부모님의 조금씩 굽어지는 등을 보면 가슴 아프다는 자식들은 삶의 이유가

그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닥며 말하고 있었습니다

“ 형... 어머니 아버지는?“ ”방금 너네집으로 가신다고 떠나셨다“

 

가을 빛나게 울긋불긋한 단풍 옷을 입은 거리를 돌아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울리는 핸드폰 소리 카톡.. (엄마 이달 용돈 보냈어)

카톡.. (아빠 이달 용돈 보냈어요.) 카톡.. 카톡…. 카톡…. 카톡

매달 5일이 되면 자식들이 보내주는 용돈 들어오는 소리에 ”농사 중에

제일이 자식 농사지 다른 농사 잘되면 뭘 혀 자식 농사 망치면 헛수고제“

 

많든 적든 부모 생각해서 보내주는 그 마음만으로 행복이라고 말하고 있던 노부부는

자식들이 힘들게 일해 보내주는 돈을 옥이야 금이야 통장에만 모셔두고만 있었기에

"영감.. 이번엔 넷 째네 영수 대학 간다는데 그곳으로 줍시다 "

 

힘들 때마다 버틸 수 있었던 건 내 자식들이 있어서라며

흔들리는 이빨 사이로 하얀 웃음을 내보이고 있는 부모님이

자식들 위해 그 넓은 어깨를 빌려주느라 이젠 산등성이처럼 굽어진 그 어깨가

 

자신들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자식들은 언제나 자식 먼저였던 부모님이

새벽녘 바람속으로 밭일하러 나갈 때마다 이불 속에서 멀어지는 발소리 하나에

눈물 떨구며 함께하던 그날이 있어 지금의 행복이 있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한 계절이 떠나간 빈자리가 쓸쓸했는지 또 다른 계절을 불러다 놓은

노부부의 집에 ”엄마·큰아들 왔심더” ”아버지, 막둥이도 왔으예”

“아버님 어머님 며느리들도 왔어요”

 

자식이란 희망에 의지해 살아온 부모님의 인생에 보답하려

말하지 않아도 찾아온 자식들을 보며 “바쁠긴데 뭐 하루 내려왔노?”

팔 남매가 모두 모이니 시끌벅적한 장날이 따로 없는 이 모습은

겨울이 되면 일어나는 일이라는데요

 

농사지은 배추를 소금물에 절여놓고 새우젓갈에 가을걷이 해놓은 고춧가루를

풀어 양념을 만들고 있는 여자들 옆에서 장작불 피워대며 돼지고기로 보쌈을

준비하던 남자들은 갓 버무린 김치에 막걸리 한잔 걸치니 그동안 못다 한

이야기는 안주되어 흘려나오니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습니다

 

입 달린 사람이면 누구나 내 자식들은 다 효자일 거라는 꿈은 잘 때나

꿔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며 탓하는 말이 무색하다는 걸 보여주려는지

“고맙데이. 이렇게 잘들 커 줘서” 힘들고 고달플 때마다 빈웃음으로 고된

세월을 넘기시며 그저 자식 앞에선 웃고 있는 그 웃음 뒤에 남은 한숨은

 

늘 가슴팍 빈자리에다 묻어야만 했던 시간들이 지금의 우리들을 있게 했다며

남은 시간 늘 웃게만 해드리고 싶다며 두 손을 꼭 잡아드리고 있었습니다

“요즘 여자들이 결혼하지 않는 남자 일 순위가 효자 아들이라 카데예”

 

“울 아들들은 효자인데 결혼했으니 다행이네..

“그니까 우리 며느리들이 더 효부라는 김미더” 그리웠던 밥상을

앞에 두고 모여 앉은가족들은 서로의 마음들을 전하기 바쁜 것 같은데요

 

부모 노릇은 처음이고 자식 노릇도 처음인 가족으로 만나

자식 노릇이 서툴다고 탓하지 말고

안아주고 품어주며 부족하지만 믿고 기다려 준 부모님께

 

당신의 아들 딸이어서 감사하다는 말을 지는 노을에 실어 보내고 있는

자식들에게 잘했다,,,, 잘한다,,,, 라는 격려의 말 밖에 해준 게 없는데

이렇게 잘 자라준 자식들 얼굴을 행복 나무를 심은 듯 하나하나 바라보며

흙의 향기를 따라 풀들이 자라듯 부모의 향기를 따라 자라준 자식들이

그저 대견한 마음을 손에 쥔 가을 햇살에 실어 보내고 있었습니다.

 

행복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인생을 살고 싶었다는 노부부는

언제까지 자식들과 함께하는 이 길을 갈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이별이 오는 그날까지 바래봅니다 영원하기를....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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