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면회 12
2012년 5월 23일로부터 시간을 가꾸로 돌리던 남자는 아마 그의 인생의
비극은 그때 그 시간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말하더니 정확히 33번을 돌려
아들에게 마지막 면회를 하러 갔던 그때로 되돌아가고 있었다
그의 뜻이 아닌 신의 뜻이었던 그때로...
(((((따르릉)))) "거기가 송××일병 집이죠?"
"네…. 맞습니다만 어디시죠?""
전화기를 붙들고 짧게 대답하던 남자의 손은 파르르 떨려오기
시작했고 이내 눈물을 흘리며 허물어지고 만다
뒤틀린 낮과 밤을 새운 다음 날 웃음기가 사라진 얼굴로 가을비가 내리는
새벽 불빛을 따라 군 병원으로 달려간 남자는 면회를 신청하고 있었다
마지막 면회를.... "사격장에서 쏜 유탄에 맞아 순직하고 말았습니다"
행군을 하던 아들이 옆 사격장에서 날아든 도비탄에 맞아 하얀 천에 덮여
죽음으로 돌아온 시신을 안고 눈물을 아픔 위에 풀어놓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만 실신하고 만다 "송 일병 아버지가 쓰러지셨대"
"온갖 궂은일 다하면서 송 일병 하나만 바라보며 사셨다나 봐"
"누가 쏜 총탄에 맞은 거야?" "범인은 밝혀졌어?" "아니 수사 중이래"
희미한 의식 속에 들려오는 낯선 군의관들의 속살거림에
눈을 뜬 남자는 토하지 못한 슬픔을
또다시 울부짖고 있는 소리에 놀란 군의관들은 그곳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진정시키기 위한 소란은 한동안 이어졌고 얼마 뒤 그 남자가
또다시 의식을 잃고서야 병원 안은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링거줄에만 의지해 꼬박 이틀을 매달려 있던 남자는
스스로 링거줄을 제거한 뒤 아들이 있던 곳으로 달려 나가고 있었다
"아빠. 내가 배정받은 부대가
엄마가 묻혀있는 곳이랑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야." "........."
"연병장에 가만히 서 있으면 엄마의 향기가 느껴져 아빠..."
그렇게라도 엄마의 흔적을 느끼고 싶어 하던 아들이 서 있던 바로 그곳에 똑같이
서 있는 아버지는 애써 감춰뒀던 아픔을 이기지 못하고 또다시 주저앉고 만다
이틀이란 조각난 시간이 더 흐른 후 아내가 먼저 잠든 땅에
아들의 시신을 나란히 묻고 눈물 속에 담겨있는 아픔을 간신히 지운 남자는
꺼뭇해지는 초저녁을 따라 군용차를 타고 아들이 있던 부대로 가고 있었다
"이 부대 연대장입니다 모든 게 제 불찰입니다" "....."
"지금 수사 중이니 곧 범인이 잡힐 겁니다"
"연대장님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네 뭐든 말씀하십시오 아들에 대한 일이라면 뭐든 도와드리겠습니다"
"사격을 한 그 병사도 나처럼 군대에 보낸 어떤 부모의
아들이지 않겠습니까,,,,,*, "네…. 그렇긴 합니다만...."
"그러니 어느 병사가 쐈는지 밝히거나
처벌하는 걸 원하지 않겠습니다" 라며
남자는 그 병사와 그 병사의 부모가 평생 죄인으로 사는 걸
원치 않는다며 아무런 책임을 묻지 말아 달라는 말을 끝으로
뼛속을 도는 아픔이 서린 아들이 서 있던 연병장에 서서
한 번 더 이별을 한 뒤 그리움이 병이 될 집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내일이 없는 세상이지만 너의 죽음을 잊지 않기 위해 살아가겠다며...
(위 이야기는 실화를 모티브로 창작된 글입니다)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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