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슬픔 ~찡한글

당신의 이름을

갓바위 2025. 10. 21. 21:37

 

당신의 이름을...

 

"여보 어떡해요 ,,,우리 수빈이 불쌍해서 이대로 보낼 수 없어요"

장기이식 밖에 답이 없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병원 옥상 공원에 올라와

울고 있는 아내의 울먹이는 두 어깨를 감싸 쥔 남편은

검게 탄 아픔을 억누르며 흐느끼고 있는 아내를 달래고 있었다

 

나 자신마저도 잃어버린 시간을 겨우 털어내고 가까스로 일상의 먼지를

털어내듯 딸의 병간호에 매달릴 수 있었던 부부는

서로의 굽어진 마음을 등 뒤에 감추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일상으로 돌아가다 퇴근을 하면 병원으로 곧바로 와서 교대해주던

남편이 조금씩 늦어지는 이유를 묻는 아내에게 "회사에 일이 많아서 그래"

 

다음 날 저녁 비가 뿌려놓은 투명한 물감으로 채색된 거리를

병실에서 내려다보는 아내의 눈에 병원문을 열고 들어서는 지친 남편의

모습을 보고 냉장고에서 꺼낸 반찬들로 저녁상을 펼쳐놓고 기다리고 있었지만

남편은 한 시간이나 지나서 병실 문을 열고 들어서고 있었다

 

"회사에서 바로 오는 거야?" “응” 입가에 번진 슬픈 미소로

뒤돌아서 묻고 있는 아내의 등 뒤로 돌아오는 건 남편의 외마디 침묵이었다

말이 아픔이 되어 지나간 자리에 아내의 허물어진 하루는

또 그렇게 사라져가고 있었지만 등 돌린 가슴만 움켜쥔 마음은

어둠을 뚫고 걸어나올 새벽을 기다리는 사람이 된 채

 

잠든 딸아이의 볼만 매만지며 좀처럼 잠들지 못하고 있었고

“오늘도 조금 늦을 거야”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던지고 아침을 걸어나가는

남편을 같은 저녁 시간 병실 유리창으로 내려다보고 있는

아내의 시야에 어김없이 무심한 하루가 문을 내린 거리를 등지고

병원문을 열고 들어서고 있는 남편을 찾아 병원곳곳을 헤매다니던 끝에

 

깊이 모자를 눌러쓴 노인이 앉은 휠체어 뒤에서 달빛이 만든 오선지에

별들이 음표가 되어 노래하고 있는 하늘을 함께 바라보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있는 자신이 들켜버릴까 뛰어들어온 병실에서

 

"누구지.. 그 노인은..?" 그러고 몇 시간이 더 흐른 뒤

마디마디를 파고드는 의문의 숨결만 뱉어놓고 있는 아내 곁으로

다가서는 그림자는 허가받은 타인 남편이었다

 

어제와 똑같은 아침이 찾아온 거리를 걸어 직장에 출근한 남편에게서

세월 지나가는 것만 쳐다보고 있던 아내에게 걸려온 전화 "여보….

오늘 많이 늦을 것 같아 기다리지 말고 먼저 자 밥 거르지 말고 꼭 챙겨 먹고"

 

그렇게 내려놓은 남편의 음성이 귓가에서 채 가시기도 전에

택시에서 내려 허겁지겁 병원문을 열고 들어서고 있는 남편이

수술실 문 앞에서 고개를 숙인 채 앉아있는걸 다시 발견한 아내는

 

"당신 지금 여기서 뭐 해..?" 익숙한 아내의 목소리였지만

이 자리에서 들려올 줄 몰랐던 남편은 눈동자에서 굴러 떨어지는

이름 모를 눈물을 황급히 감추고 있었고 이제는 체념한 듯

아내 앞에서 조용히 지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다

 

“김태섭 씨 보호자 되시죠 여긴 **병원입니다“

달려간 병실에서 산소마스크에 의지해 누워있었던 장인어른과의

첫 만남부터 "평생 아비 노릇도 못한 내가 뭔 자격으로 딸아이에게

이 못난 모습을 보이겠나 제발 비밀로 해주게" "장인어른…. 그래도"

"제발 부탁일세 우리 소영이에게 더는 아픔을 주고 싶지 않네 "

 

햇살에 버무린 희망 한 점 조차 쥐어보지 못하고

수술을 위해 교도소에서 민간병원으로 이송된 장인어른은

“전과자 자식이라는 이름 아래 살게 하고 싶지 않았네“

 

가족이란 뿌리는 지지 않고 빛나는 저 별과 같은 것 같다며

더 잃을건 이 눈물밖에 남아있지 시간 속에서 마지막 부탁을 하고 있었다

"내가 만약 이 세상으로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면 자네가 이대로 좀 해주게"

 

자신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날

아버지는 젊은 여자와 살림을 차려 나간 걸로 알고 있었던 아내는

지난날 찬바람에 허리 꺾인 삶을 살다간 엄마 때문에라도

용서하지 못하고 지낸 시간들을 되돌려보다

새롭게 안 진실 앞에 두 손을 모은 채 눈물만 떨어뜨리고 있었다

 

외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에 남은 거라곤 목숨 하나밖에 없는 장인어른과의

만남을 이야기하고 있는 남편의 품에 안겨 울던 아내는

딸을 보고 너는 나의 봄이라고 말하던 아버지와 아버지를 보고

나의 힘이라고 말했던 딸의 이별의 시간 맨 끝에서

 

다시 시작된 만남은 돌이킬 수 없는 또 다른 이별로 마주 선

아픔에 차마 두 눈을 뜨지 못하고 있을 때

“ 김태섭 씨는 2019년 4월 20일 14시 19분 사망하셨습니다“

 

눈물은 물이라서 바다로 가는 걸까 함께였을 때 느끼는 행복이

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웠다는 걸 가슴에 안고 허공을 이고선

저 바람을 따라 멀어져버린 친정아버지가 손녀에게 남기고 간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고귀한 선택 “장기기증 서약서”가 남편의 손에서

바닥으로 떨어지는 걸 울먹이며 바라보던 아내는 이제서야 불러봅니다

아버지란 당신의 이름을...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이글은 작가님의 허용 받은글 입니다 퍼가기 금지

'감동 슬픔 ~찡한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정한 친구란 누구인가  (0) 2025.10.25
면회 12  (0) 2025.10.25
된장찌개와 편지  (0) 2025.10.21
사군자 와 인품  (0) 2025.10.18
인생독본  (0) 2025.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