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슬픔 ~찡한글

서리꽃 내 엄마

갓바위 2025. 11. 11. 10:28

 

 

서리꽃 내 엄마

 

“엄마... 오늘 하루는 어땠어? 책상에 있는 비타민 꼭 먹고 가

이 딸이 엄말 하늘만큼 사랑하는 거 알지?“

“우리 딸….어찌 생겼더라? 코는 오똑하고 입술은 앵두 같고...

우리 딸과 한집에 살아도 해와 달처럼 보지 못하니 얼굴 까먹겠다 그치?“

 

단둘이 한집에 살아도 직업 때문에 마주칠 일이 없었던 엄마와 나는

책상 위에 놓여있는 일기장 한 페이지씩을

공유하며 소소한 그날의 일상들과 하고픈 이야기들을 써 내려가고 있었다

 

<응급실>

엄마의 자식 사랑엔 밀물만 있지 썰물은 없다고 누가 말했나

죽음 끝에서 다시 살아온 딸을 위해 기도하고 또 기도하다

10일 후 눈을 뜬 딸의 모습을 본 뒤에야 쓰러져버린 엄마가

두 눈만 깜빡인 채 누워서 생활한 지도 일 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해와 달 그리고 새와 귀뚜라미... 자연의 친구들과 매일 인사를 나누는

엄마는 지난 시간을 고쳐 세우려 안간힘을 쓰는 딸이 안쓰러웠는지 울고 있다

세상과 멀어질 연습을 하고 있는 사람처럼 바람이 쓸어놓은 마당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엄마에게 꿈은 꾸는 자의 것이라며 건강했던 지난날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고 하늘을 만나러 가는 구름에게 편지를 써붙여 보아도

계절과 안녕 인사를 나누며 꽃잎이 떨어지는 저 가을만 보고 계시는 내 엄마

 

한 번 더 인생을 배울 수 있다면 엄마의 사랑부터 배우고 싶다는

오십을 넘긴 딸이 저 달이 마지막 달이 될까...

저 햇살이 엄마의 얼굴을 비추는 마지막 햇살이 될까 ...

 

가슴 졸이며 팔순을 바라보는 엄마앞에서 꽃띠 아기처럼 재롱을 피우는

모습에도 지나가는 날들만 우두커니 바라보고 있는 엄마는 서둘러 보내고 싶지

않은 가을을 붙들고 앉아 다정한 봄날의 그 울렁거림을 그리워하고 있나 보다

 

오늘도 돌아가지 않으려 애쓰고 있는 계절의 눈물이 비가 되어 떨어지며

꽃잎 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있는 걸 아쉬움으로 바라보고 있던 엄마가

자신을 닮은 듯 야속한 비바람에 흐느끼듯 흔들거리는 풀잎들 사이로

미처 바람을 담지 못한 꽃잎 하나가 하얀 미닫이문

걸어 잠그듯 툭 하고 떨어지는 걸 눈동자에 담고 있었다

 

봄은 땅에서 오고 가을은 하늘에서 온다는 걸 느끼며.... 색이란 색은 다 풀어

헤쳐놓은 노랗고 빨간 세상을 온통 하얀색으로 칠해놓은 겨울이 오고

그 겨울을 지워버린 봄이 초록색 물감 하나 들고 찾아와

떠나온 시간을 바라보고 있는 엄마에게 말했다

 

해가 대지에 닿으면 사라지는 저 서리꽃처럼 우리는 살다 간다는 것을 ...

인생 옷 갈아입고 세상 시름 살갗으로 느끼고 나니 벌써 이 나이가 되었다는

엄마는 살다 보니 아는 게 하나 더 생겼다고 봄을보며 말했다

 

인생은 알아도 가고 몰라도 간다는 것을.....

그렇게 긴 겨울에 끝에 앉아서 밤새 피웠다 햇살에 비친 은빛 몸짓으로

마지막 아름다움을 뽐내는 서리꽃이 핀 산 언덕을 바라보고 있는 엄마는

 

이 세상을 살았던 기억들을 모두 놓아둔 채 돌아올 수 없는 아름다운

추억을 준 세상을 그리워하며 딸과의 시간여행을 끝마치고 있었다

뽀얀 햇살에 한 줌 물로 사라지는 저 서리꽃들을 그리워하며....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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