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슬픔 ~찡한글

소원 우체통

갓바위 2026. 2. 24. 16:52

 

소원 우체통

 

옥구슬을 풀어놓은 듯 청명한 하늘이 올려다보이는 길가에 우두커니

서있는 소원 우체통에 오늘은 어떤 사연이 담겨 있나 열어보기로 했습니다

 

우체통을 열어 혼자 뒹굴고 있는 편지 한 통을 꺼내어

한참을 읽어 내려가던 우편집배원은 그 편지를 가방에 넣어두고는

지나는 바람을 따라 멀어져 가고 있었습니다

 

해와 달이 오고 가던 어느 날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그…. 누구요? 문은 열려있으니 열고 들오슈“

낯선 얼굴에 누군가하고 눈동자를 네모로 치켜세우던 할머니는

남자가 입고 있는 옷을 보더니 금방 웃음을 매답니다

 

“우리 집에 편지가 와쓔?” “네,,” 로 시작된 남자의 말과

할머니의 이야기가 한참이나 오고 가더니 할머니는 가을볕에

여물어가는 벼들처럼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별…. 달…. 이 지나간 다음 날 포동포동하게 살이 찐 아침 햇살을 따라

봄나들이 나가는 새색시처럼 곱게 꽃단장을 한 할머니는 전날 찾아왔던

우편집배원을 따라 차에 오른 뒤 지워진 자리를 찾아가는 사람처럼

 

시선을 창밖으로만 고정한 채 마치 지나가는 풍경이 자신의 지나온 삶을

이야기해 주는 것 같아 감춰뒀던 눈물을 한 움큼 더 쏟아내고 마는데요

“할머니…. 좋으세요?” “그럼 좋구말구....”

 

 

어느새 두 사람은 오래된 엄마와 아들처럼 주고받는 이야기들로 웃음꽃을

차 안에 가득 피워놓고 있었고 그 힘 때문이었는지 내달려가던 차는

한적한 산을 베고 누운 어느 마을에 멈춰 서고 있었습니다

 

“할머니……. 다 왔나 봐요”

오래된 친정집 나들이를 온 사람처럼 주변에 펼쳐진 것들을 하나하나

눈에 담아두고 있을 때 부엌 아궁이에서 부산을 떨다 인적 소리에 나와보고

있는 사람은 봄비에 젖은 낙엽 같은 모습의 젊은 남자였다

 

“누구세요?“ 자신을 소개하고 있는 우편집배원의 사연을 듣고 있던 젊은 남자는

두 사람을 집 뒤에 있는 작은 언덕으로 이끌고 가고 있었는데요

 

묘비에 새겨진 이름을 확인한 할머니는 그 자리에 앉아 둥지를 잃은 새가 되어

허공을 저어가는 눈물로 한참을 울다 마중 나온 저녁놀을 마주하고 앉아서야

지나간 옛이야기 하나를 들려주고 있었습니다

 

“아마… . 자네가 두 살 땐가 돌을 막 지나 걸음마를 배우고 있을 때였어“

“,,,,,” “그때 난 지병으로 두 눈을 잃을 처지에 놓여 있었지“

 

그런 시간을 마주하고 앉아 봄날은 갔다며 삶을 포기하려던 그때

자네 아버지가 공사장에서 일하다 떨어져 사경을 헤매다 겨우 의식을 찾고

내가 있는 병실로 오게 되면서 서로를 알게 되었다는 말로 이어가고 있을 때

 

“엄마한테 얘기는 들었습니다”

“그때 엄마 등에 업힌 자네를 처음 본 때였어” "........"

"자식이 없었던 우리 부부에겐 자네 아버지를 병간호 하느라 정신이 없었던

엄마를 대신에 자네를 돌보며 한때 자식을 키우는 게 이런 맛이구나" 하며

 

스치는 인연이지만 정이 들어 마치 가족처럼 많은 시간을

병원에서 함께 보내었다는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

"신은 그런 시간조차 허락하고 싶지 않았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자네 아버지는 그만 세상을 떠나 버렸지"

 

울먹이는 할머니의 손을 가만히 잡아주고 있는 젊은 남자에게

“자네 엄마가 그때 죽은 아버지의 망막 기증을 나에게 해주었다네”

그 두 눈으로 남은 세상의 빛을 볼 수 있게 해 준 보답을 하려 찾아갔지만,

 

자네를 업고 떠나간 뒤였다며 채워질 수 없는 가슴을 내보이며 울먹이더니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두고 이 세상에 진 빚을 갚고 가야

내 맘이 편할 것 같다며 떨어지는 별똥별에게 빌어 보내게 된

소원 편지가 자네라도 만나게 해주었다며

 

“내 저승에 가면 자네 어머니 아버지를 찾아 고맙다는 인사를 하겠네”

할머니는 ... 젊은이의 손에 그동안 빌려준 눈으로 모은 통장 하나를 쥐여주며

우편집배원이 놓아준 소원 다리를 밟고 달려가고 있을 때

 

“할머니.... 다시 열심히 살게요“

라는 젊은이의 음성이 메아리치고 있었습니다

사업에 실패해 자살을 하려 찾아온 고향 집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게 되었다며....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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