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슬픔 ~찡한글

3일간의 행복

갓바위 2026. 2. 26. 12:05

 

 

3일간의 행복

 

"똑똑 계십니까...?"

벌써 해님이 찾아와 온산에 화사한 햇살이 내려앉은 아침

뚜……뚜……뚜... 10분이나 들고있어도 전화를 안받으신다

 

"언니.. 엄마한테 전화 언제 했어?"

"어젯밤에 했는데 왜?" "넌?" "난 그저께" 그렇다면.........

 

우리 세 자매는 신발을 머리에 이고 바지를 허리에 다 걸친 채

엄마가 계시는 시골로 달려가고 있었다

엄마..... 엄마.... 엄마.... 소리치면서

 

"아이고메! 우리 딸내미들 오는갑네" 버섯 발로 뛰어 나오시는 엄마를 보며

"전화를 안 받아 걱정했잖아" 곁에 머무는 구름을 보고도

못 본 체하는 하늘처럼 얼버무리는 엄마는 전화가 고장이라고 말해놓고는

 

"핸드폰이 안되니께 요렇게 우리 딸내미들 얼굴도 보고 참말로 좋네"

"엄마,,, 온 김에 한 달 푹 있다 갈까?"

저놈의 핸드폰이 보고 싶은 사람 얼굴도 보게 해 주는 요상스런 물건이라며

"왔스니께 하룻밤만 자고 가야" 하신다

 

그렇게 우리 세 자매는 엄마가 농사를 지으시는 밭일에 들일에

허리가 굽어진 채 저녁달을 머리에 이고 아궁이 앞에 졸졸이 앉았다

"엄마..이번 팔순때 마을사람들 불러다 잔치할까?"

 

"야가 시방 뭔소리다냐 코로나에 개도 제집에서 안 나온다는디"

"그럼 우리 세 딸이랑 제주도 여행갈까?"

"김 서방…차 서방 .... 박 서방 밥은 우쩔거여

그라고 우리 금쪽같은 손주 놈들 밥은 누가 챙겨줄껴?"

 

"그럼 언제가?" 이다음에 이 어미 죽고 나면 니아버지랑 손 잡고 훨훨 날아

다닐 건데 뭔 여행이냐며 먼 산 긴 그리움이 된 아버지를 떠올리고 계셨다

"엄마. 아버지 보고 싶어?" "그럼 보고잡제…. 보고잡고말고.."

 

치맛자락 당겨 눈물 한 움큼을 베어내더니 애꿎은 아궁이 불을

이리저리 휘적거려 넣어둔 감자와 고구마를 우리 앞에 내어 놓으신다

보이지 않는 게 더 아름답고 귀하다고 말씀하시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또 엄마와의 추억을 입고 있었다

 

"엄마!이거 어릴 적 우리 도시락들 아직도 안 버렸어?"

달빛을 등불 삼아 새벽불 밝혀 니네들 도시락 싸줄 때가 이 엄마에겐

가장 큰 행복이였다며 혹 먼지가 탈까 치맛자락 끝으로 닦아내고 계신다

 

"엄마! 우리 오랜만에 다 같이 목욕탕 갈까?"

"그래 비도 오는데 그게 좋겠다" 엄마와 언니 그리고 나 맨 뒤에

동생이 기차처럼 줄을지어 등을 밀고 있는 모습에 다들 부러운 듯이

바라보고 있는 눈길 속에 마음속 행복 주머니는 커져만 가던 둘째 날 아침

 

엄마가 우리 학교 갔다오면 부뚜막에서 갓 구운 파전을 입에 쏙 넣어주던

그때가 그립다며 "엄마 오늘도 비가 오는데 밭에서 파 뽑아 파전 해먹을까"

이제는 우리 세 자매가 엄마에 입에 넣어줍니다

"엄마! 큰딸이 주는 게 제일 맛있지?"

"뭔소리야 뭐니 뭐니 해도 막내딸께 더 맛있지 그치 엄마?"

어릴 땐 우리 세 자매의 하루가 엄마의 하루였는데

 

지금은 엄마의 하루는 뭐로 채울까 생각해 보고 또 봐도 눈감는 날까지

엄마의 자리는 언제나 자식 옆이라는 걸 우린 이렇게 알아가고 있었다

“엄마 기억나? 중학교 때 어릴 적 가난이 싫어

낳아달라고 한 적도 없는데 왜 낳았냐고 엄마한테 말했던 거?”

 

"그랬냐? 난 처음 들어보는디” 우리 세 자매는 안다 그날 밤 엄마가

장독 뒤에 숨어서 희망을 말할 수 없었던 시절을 안고 울고 계셨다는 것을

우린 그런 엄마를 보며 다시는 엄마의 가슴을 아프게 하지 않을 거라는

명세라는 선물을 하면서... “엄마! 미안해”

 

“엄마! 날 낳아줘서 너무너무 고맙고 엄마가 내 엄마라서 넘 행복해”

“너네들 자꾸 왜 그래? 울 엄마 눈에 눈물나게.”

그날 밤 우리 세 자매는 추억이 깃든 마음으로 살아간다는 건 행복이라며

 

뜨겁지는 않지만 가슴 뿌듯한 딸들의 온도로 엄마를 위해

살아가자는 약속을 달빛에 걸어둔 채 잠이 들고 있었다

또 다른 아침 같은 얼굴로 찾아온 해님을 반기며

엄마라는 그 한마디면 충분했던 우리 세 자매 앞에서

 

“바람은 힘이 세...”” “구름은 달리기를 잘해””

“별들은 자기네들 끼리 귓속말만 해” 어릴 적 엄마의 치마폭에서

밤하늘을 바라보면서 했던 말들을 기억해 내어 놓고 있을 때

 

엄마는 날아가는 새들에게 치맛자락을 펼쳐 보이며

“날아다니다 힘이 들면 이리 와 쉬어 가렴”

우린 그 모습에 뒤로 넘어갈 듯 웃음이 터졌고 세월가도

소녀 같은 엄마와의 행복이 영원하기를 바래고 또 바래고 있었다

 

“엄마! 우리랑 서울 가서 살아?” “난 니아버지가 있는 여기가 천국인디.”

여기서 제철 농사지어 자식들에게 보내주는 낙 마저

가져가지 말아 달라며 한사코 힘이 되지 짐이 되길 싫다

하시는 엄마를 두고 우리 세 자매는 서울로 올라오고 있었다

 

서울까지 따라오는 해님을 차에 태우고 한참을 달려가던 그때

고장이라는 엄마의 핸드폰으로 걸려온 전화를 스피크 폰으로 받으며

‘엄마 전화기 고장이라며?”

"고장이 나면 쓰단가 이게 내 새끼들하고 이어주는 탯줄인디.."

 

세상에서 가장 진한 향기가 엄마의 향기라며

행복한 미소를 보내주고 있는 별들을 올려다 보고 있는

우리 세자매의 눈에 눈물이 한가득 담겨져 있었다

오늘도 엄마라서 행복하다는 그 말에....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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