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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는 외로워, <1.5인분의 삶>

갓바위 2026. 4. 29. 11:46

 

혼자는 외로워, <1.5인분의 삶>

 

요즘 주변을 둘러보면 “혼자 살긴 싫은데, 같이 살 자신도 없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듯합니다. 예전 같으면 애매하다고만 여겼을 말이,

이제는 현실적으로 느껴지곤 하는데요.

 

그래서인지 새롭게 등장한 ‘1.5인 가구’라는 표현이 크게 낯설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혼자 살되 완전히 고립되진 않고, 누군가와 살되 모든 것을 공유하진

않는 삶. 딱 그 중간 지대에 서 있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거죠.

 

2인 가구 생활에 대한 지인의 이야기를 빌리면,

2인은 ‘4인 가족의 반’이 아니라 ‘1인 가구의 확장판’에 더 가까웠습니다.

 

밥을 먹는 시간도, 주말의 리듬도, 집 안에서 각자가 머무는 방식도 생각보다

크게 다르지 않았죠. 달라지는 건 ‘결정해야 할 사람’이 한 명 더 있다는 점,

그리고 아주 가끔 외로움을 덜어주는 온기가 있다는 점 정도였습니다.

 

결국 1인과 2인은 숫자 차이보다 ‘아이의 유무’에서 확 달라지고,

그 이전 구간은 비슷한 결로 이어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1.5라는 말이 더 설득력있게 다가왔죠.

 

1.5인분의 삶은 공간을 바라보는 시선에서도 드러납니다.

우리는 흔히 집을 3~4인 가족 기준으로 상상합니다.

‘신혼이면 방이 몇 개여야 한다, 침대는 안방에 있어야 한다,

 

집에 서재가 두 개면 이상하다’ 같은 고정관념에 은근히 사로잡혀 있죠.

그런데 1.5의 세계에서는 ‘있어야 한다’보다 ‘없어도 된다’가 더 자주 등장합니다.

부엌이 반드시 집 안에 있어야 할까요?

 

어떤 이에게는 편의점이 확장된 부엌이 됩니다. 식탁이 꼭 중앙에 있어야

할까요? 어떤 이에게는 동네 식당이 거실의 연장선이 됩니다.

삶이 가벼워지는 순간은 대개, 필요한것과 익숙한것을 분리해 낼때 찾아옵니다.

 

물론 1.5가구가 낭만만 가진 것은 아닙니다. 혼자 살수록 동네가

중요해지기도 하는데요.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얇아질수록 안전과 쾌적함,

걸어서 닿을 수 있는 생활권이 ‘심리적 지붕’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1.5의 사람들은 집을 고를 때 집 내부만 보지 않습니다.

밤길이 어떤지, 편의점 불빛이 얼마나 밝은지, 내가 아플 때 갈 곳이 있는지,

우연히라도 인사를 나눌 사람이 있는지까지 함께 살핍니다.

연결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연결의 방식을 ‘내가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 거죠.

1.5가구의 핵심은 ‘느슨한 연대’가 아닐까 싶습니다.

완벽한 고립도 아니고, 과도한 간섭도 아닌 상태. 필요할 때 기댈 수 있고,

 

필요 없을 때는 혼자일 수 있는 거리감. 누군가는 커뮤니티형 주거에서 공용

라운지에서 잠깐 커피를 마시며 숨을 돌리고, 누군가는 러닝 크루처럼 목적이

있는 만남으로 하루의 외로움을 덜어냅니다. “함께 살자”가 아니라

“가끔 같이 있어도 괜찮다”는 합의가 삶을 오래 버티게 만들어 주는 것이죠.

 

결국 1.5인분의 삶은 인간관계의 가성비를 따지는 차가움이 아니라,

내 마음의 체력을 아끼는 기술에 가까울지 모릅니다.

일단 내가 지치지 않아야 누군가에게도 따뜻할 수 있으니까요.

 

혼자는 외롭지만, 아무나와 함께 있는 건 더 외로운 일입니다.

그래서 1.5라는 숫자가 주는 여백이 좋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되는 자리, 내 속도로 숨 쉬어도 되는 자리 말이죠.

 

오늘도 우리는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지만, 그 집이 ‘세상과 단절’이 되지는 않았

으면 합니다. 문을 닫아도 마음까지 잠그지 않는 삶. 필요할 때는 연결되고, 평소

에는 나를 지키는 삶. 혼자인 듯하지만 혼자만은 아닌, 1.5인분의 온도.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가장 현실적인 다정함은, 그정도 거리에서 시작되는것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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