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담 야설 이야기

별로 비싸지 않은 해웃값

갓바위 2018. 12. 30. 12:27
 별로 비싸지 않은 해웃값

곽첨지가 눈발이 흩날리는 
갈티재를 넘으려고 산허리를 돌자 
검은 장옷으로 온 몸을 감싸고 
얼굴만 빠끔히 내민 여인이 길섶 
바위 위에 앉아 인기척을 내느라 ‘
아흠’ 헛기침을 내뱉었다. 
머리칼이 쭈뼛 치올라 가도록 놀란 
곽첨지가 가슴을 쓸어내리며 
역정을 내자 여인은 배시시 웃으며
 “백년 묵은 여우가 아니니깐 무서워 
마십시오” 하면서 바위에서 사뿐히
 내려와 곽첨지를 뒤따라 오것다.
“왜 나를 따라오시오?” “나 혼자는 
무서워서 이 재를 못 넘겠소.”
곽첨지가 힐끗 보니 여인의 
얼굴이 곱상하기 이를 데 없다. 
인동장에 송아지 한마리를 사러 가는 
곽첨지와 몇년째 병으로 드러누워 
있는 남편의 약을 지으러 가는 
여인이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으며 
뉘엿뉘엿 해가 저무는 갈티재를 넘었다. 
재 넘어 대처에 오자 땅거미가 내려앉고 
찬바람이 옷 속을 파고드는데, 
그 여인이 곽첨지 팔짱을 꼈다.
“주막에서는 혼자 오는 
여자 손님은 받지를 않습니다. 
첨지께서 제 남편 
노릇 좀 해 주십시오.”
단골손님 곽첨지가 생전 처음 마누라
와 함께 오자 주막 주인이 반색을 했다.
“안방마님 장 구경 시키려고 
동부인하셨구먼요.”
곽첨지는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겸상으로 그 여인과 국밥을 먹고 
막걸리 한주전자도 비웠다. 
곽첨지가 송아지 살 돈이 든 전대를 
주막 주인에게 맡기며 
“이거 황소 살 돈이오” 
말하고는 쭈뼛쭈뼛 구석진 객방으로 
들어가자, 그 여인이 벌써 아랫목에 
이부자리를 하나 깔고 윗목 끝에 
자신의 것을 깔아 놓았다. 
호롱불을 끄고 보스락보스락 
여인이 옷 벗는 소리에 곽첨지는 
아랫목에 누워서 꿀꺽 침을 삼켰다. 
북풍한설에 문풍지 떠는 소리뿐, 
적막만 흐르는데 갑자기 곽첨지 
이불 속으로 그 여인이 속치마만 
걸친 채 기어 들어왔다.
“윗목은 추워서 못 자겠소.”
여인은 탱탱했다. 뱃살이 쭈글쭈글한 
마누라와 합방을 해 본 지 몇해던가. 
곽첨지는 가슴이 터질 듯 여인을 안고 
구석구석 쓰다듬고 움켜쥐며 손놀림이 
바쁜데, 여인은 거머리처럼 달라붙어 
곽첨지의 양물을 보물단지 대하듯 
어루만진다. 넘쳐 흐르는 호리병 
뚜껑을 막듯이 돌덩이 같은 곽첨지의 
양근이 여인의 옥문을 채웠다. 
여인의 신음소리가 하도 커 
제 스스로 속치마를 움켜 물었다. 
두번째 합환은 길고도 격렬했다. 

잠깐 눈을 붙였나. 여인이 
또 조몰락조몰락하자 염치없는 
곽첨지의 양물은 벌떡 일어섰다.
꼬끼오 새벽닭 울음소리를 들으며 
또 한바탕 일을 치르고 
곽첨지는 뻗어 버렸다. 
이른 아침에 우시장에 가야 좋은 
소를 고를 수 있는데 해가 중천에
 떴을 때 곽첨지가 일어났다. 
어! 여인이 보이지 않았다. 
옷을 대충 걸치고 아침도 
거른 채 주막 주인을 불렀다.
“아직 안 나갔어요? 
되돌아온 거요?”“늦잠을 잤소. 
엊저녁에 맡긴 전대나 주시오.”
“아침에 안방마님이 가져갔잖아요.”
주막 주인의 입에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곽첨지와 주막 주인이 멱살잡이를 
하다가 사또 앞에 갔더니 사또 왈, 
“이것은 공무로 처리할 일이 아니니 
두사람이 알아서 찾으렷다.” 
두사람이 산 넘고 물 건너 이 고을 
저 고을 그 여인을 찾아다니다, 
어느 날 술 한잔을 마시고 곽첨지가 
그날 밤 여인과 세차례나 합환을 했던 
얘기 끝에 “당신에게 맡긴 돈은 
말로만 황소 살 돈이라 했지 
사실은 송아지 살 돈이었소. 
내, 그거 해웃값으로 치부하리다” 
하자, 가만히 듣고 있던 
주막 주인이 웃으며, “곽첨지 어른 
살아 있을 동안 우리 주막에 
들르면 먹고 자는 건 공짜요.”
두사람은 한바탕 웃고 
서로 제 집으로 돌아갔다. 
- 사랑방야화 -
복 받는날 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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